<오후여담>'불통' 대통령

기자 2022. 1. 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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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부터 언론과 격의 없이 토론하고 학자들과도 서신을 교환해온 열린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그런 바이든이 취임 1주년만에 불통 대통령이 됐다.

최근 AP통신 집계에 따르면, 바이든은 2020년 한 해 동안 고작 22회 언론 인터뷰를 했다.

언론과 전쟁을 했던 트럼프도 바이든보다 더 열심히 기자를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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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부터 언론과 격의 없이 토론하고 학자들과도 서신을 교환해온 열린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다변가여서 말실수도 잦고, 다혈질인 관계로 기자들과 다툼도 많았지만 이내 사과 편지를 써 취재진과 화해했다는 내용이 에번 오스노스 기자가 쓴 바이든 전기에 나와 있다. 1975년 해나 아렌트의 권위주의 관련 논문이 학계에서 주목을 끌자 상원 외교위 소속 의원 자격으로 한 카피 얻고 싶다는 편지를 정중하게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 바이든이 취임 1주년만에 불통 대통령이 됐다. 최근 AP통신 집계에 따르면, 바이든은 2020년 한 해 동안 고작 22회 언론 인터뷰를 했다. 같은 기간 도널드 트럼프는 92회, 버락 오바마는 156회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과 전쟁을 했던 트럼프도 바이든보다 더 열심히 기자를 만난 것이다. 이에 대해 바이든 측은 “인터뷰 대신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저명인사들과 인터뷰를 자주 했다”고 했다. 공세적 언론을 피하고 홍보 쪽에 비중을 뒀다는 해명이다.

대통령이 얼마나 자주 언론을 접촉해야 하느냐에 대한 정답은 없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의 경우 지나치게 접촉한 것이 화(禍)가 돼 재선 도전을 포기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올랑드는 취임 후 르몽드 기자 2명과 60차례 이상 대담을 했는데, 이들은 이 내용을 바탕으로 ‘대통령이 하지 말아야 할 말’이란 제목의 책을 펴냈다. “엘리제 궁에서 나는 유령과 같은 존재가 된 것 같다” “프랑스 축구선수들은 근본도 없는 빈민가 출신들”이라는 올랑드 발언이 여과 없이 담긴 책이 발간되자 사회당에서는 “자살폭탄 같은 책”이라는 말까지 나왔고 지지율은 4%로 추락했다.

올랑드를 반면교사로 삼아 바이든식 언론 회피 전법을 택한 탓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 언론 인터뷰를 피하고 있다. 지난해 방미를 앞두고 뉴욕타임스와 단독 대면 인터뷰를 가진 것과 비교할 때 역차별 논란도 있다. 오죽하면 청와대 출입기자가 “대통령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면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언제라도 어디라도 달려갈 것”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나와 설명하라’는 칼럼을 쓰겠는가? 출입기자들조차 문 대통령의 불통을 성토한 것인데 과한 것도 독이지만, 없는 것은 더 큰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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