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이끈 개발자들, 임원 인사까지 흔들

배윤경 2022. 1. 1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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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 [사진 제공 = 한국거래소]
IT업계 '억대 연봉 시대'를 연 개발자들이 이제 기업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포털·게임업계는 5년여 전만 하더라도 노동조합조차 없었고, 업무량에 비해 직원 대우가 낮다는 인식이 컸다. 하지만 비대면 트렌드에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개발자 품귀현상이 심해지면서 인력을 붙잡기 위해서라도 회사가 직원들 민심을 챙기게 됐다.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 자진 사퇴…일각에선 '직원 눈치봤다' 분석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로 올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내정 한 달여 만에 자진해 사퇴 의사를 밝힌 것 역시 직원 달래기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많다. 카카오 이사회도 "카카오 크루(임직원)들이 다양한 채널로 준 의견을 종합적으로 숙고해 류 대표의 자진 사퇴 결정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앞서 류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페이 일부 경영진은 회사의 기업공개(IPO) 한 달여 만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으로 취득한 주식 900억원어치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류 대표는 469억원을 현금화했다. 경영진이 최대 수백억원의 이익을 취하면서 '먹튀(먹고 튀기)' 논란이 일었다.

경영진의 대규모 스톡옵션 행사에 카카오페이 주가는 고꾸라졌다. IPO를 위해 애써온 직원들로써는 허탈할 수밖에 없는 상황. 국회에서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까지 논의되는 상황에 이르자 카카오페이 노조인 크루유니언은 류 대표의 카카오 대표이사 임명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다.

카카오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류 대표 사퇴 촉구 글에는 약 2000명의 카카오 직원들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아이디가 공개돼 사실상 실명으로 이뤄지는 카카오 사내 게시판으로서는 역대급 반응이다. 특히 업무 강도와 비중이 높고 그간 사내 이슈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란 평가를 받아온 개발진이 이번 이슈에 적극 동참하면서 압박을 받은 이사회가 빠른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주된 직원 영향력 더 커질 듯
카카오 판교 오피스 [사진 = 연합뉴스]
포털·게임업계는 제조 등 다른 산업 분야보다 노조 설립이 늦어 과거엔 '노조 불모지'로 불렸다. 지난 2018년에야 네이버가 업계에서 처음 노조를 결성했고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이 잇따라 노조 설립에 동참했다.

초반 포털·게임업계 노조는 포괄임금제 폐지, 성과급 산정 방식 같은 처우 개선에 주력해 왔지만, 최근에는 인사와 경영 쇄신 등으로 요구안을 확장하는 추세다. 네이버 노조는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해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일부 경영진 해임, 조직문화 개선 등에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엔 직원들이 스톡옵션 등으로 회사 주주로 참여하게 된 영향도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회사 보상 정책에 따라 주식을 보유한 직원이 늘어나면서 직원들의 경영 참여 의지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네이버는 스톡옵션 외에도 스톡그랜트, 주식 매입 리워드 등으로 회사 주식을 직원들에게 부여하는 보상안을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를 비롯한 카카오 계열사들도 스톡옵션 지급을 늘리는 중이다. 기업과 직원이 주식으로 사실상 '운명공동체'가 되면 직원이 회사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사내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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