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의 볼넷 바이러스..'스트존 확대'는 '백신'이 될까

[스포츠경향]

2021시즌 경기당 볼넷 8.18개로 폭발적 증가
스트라이크존 확대 적용, '특효약' 될지 관심
다른 시각도…김성근 “훈련패턴 들여다봐야”

KBO 심판위원들이 고척 스카이돔에서 스트라이크존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KBO(한국야구위원회)에서 새 시즌 스트라이크존 확대를 선언한 것은 대표팀의 국제대회 적응력 향상 뿐 아니라 리그를 지배하는 타고투저 흐름을 조정하려는 취지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몇 시즌 경기당 평균 볼넷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9시즌 6.59개이던 경기당 평균 볼넷수는 2020시즌 7.38개로 늘어나더니 지난 시즌에는 8.18개로 점프했다. 여기에 몸에 맞는 볼까지 더하면 투수의 제구 부족으로 타자 주자가 걸어나간 횟수는 경기당 평균 9.28개에 이르렀다. 볼넷 남발 속에 늘어지는 경기가 잦아질 수밖에 없었다.

KBO의 기본 의도는 야구 규칙에 나온 대로 스트라이존을 바로잡자는 데 있다. 그간 KBO리그 스트라이크존은 야구 규칙과 비교해 다소 좁은 편이었다. 특히 높은 코스 판정에 인색했다.

각 구단은 높은 쪽으로 공 한개 정도 올라간 만큼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쪽 사이드는 이미 두드러지게 좁은 편은 아니어서 타자 바깥쪽 기준으로 공 반개 정도만 더 여유있는 판정이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실전이 시작되면 새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현장의 체감 정도가 드러날 전망이다. 또 KBO 심판위원회에서 의도대로 스트라이크존을 적용하기 시작한다면 볼넷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스트라이크존이 볼넷 증가의 애꿎은 ‘희생양’이 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몇 시즌간 볼넷 증가 현상을 다른 각도에서 분석하는 시각이다.

하나는 코로나19에 따른 훈련 부족이다. 지난 2시즌간 대부분 팀이 시즌 준비에 차질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전 구단이 국내에서 캠프를 차린 가운데 투수 파트의 훈련 속도가 더뎌지기도 했다.

지난해 4월 경기당 평균 8.95였던 볼넷수는 5월 들어 9.08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이후 경기당 평균 7.5개 전후로 줄었다. 이는 투수들이 시즌 초반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성근 소프트뱅크 감독 고문은 최근 국내에 머무는 동안 각 구단 관계자 및 레전드 선수 출신 인사들과 대화 내용을 일부 소개하며 선수들의 훈련 패턴을 걱정하기도 했다. 김 고문은 “훈련양이 줄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훈련을 더 하라고 말하기도 힘든 분위기라고 들었다”며 “투수들의 경우 상체 근력 강화에 치중하다보니 러닝 등에는 시간을 덜 할애하는 것 같다. 제구는 하체 밸런스에서 나오는데 그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고문은 국내 여러 구장의 마운드 차이도 한번쯤 점검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일본은 구장별 마운드 높이가 거의 일정하다. 공을 던져도 스파이크 자국만 남을 정도로 땅도 견고하다”면서 “우리 구장들은 마운드 높이 차이가 있고, 구장별로 흙이 잘 패이는 경향도 있어 투수들에게 영향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넷수는 곧 경기 수준으로 연결된다. 한 경기에 10개 가까이 볼넷이 나오면서 리그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KBO가 리그 전체에 번진 ‘볼넷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가장 확실한 ‘백신’이 될 스트라이크존을 들고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스트라이크존 확대가 근본적인 치유책이 될 수 있을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각 구단이 변수 가득한 국내 캠프에서 훈련을 준비하는 등 다른 변수들이 여전히 여럿 보이기 때문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