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열광 이유는 도파민 때문이다 [왓칭]

2022. 1. 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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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일상의 소재 다룬 교양다큐 다수
배우가 사회자로 나선 '제프 골드블럼의 호기심세계'
'요즘 유행' 30분 만에 따라잡기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플라이’(1986)는 공간이동을 연구하던 과학자의 DNA에 파리 유전자가 섞이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과학공포영화다. 이 명작의 주인공이 제프 골드블럼(70)이었다. ‘쥬라기공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에 출연한 이 배우는 한때 ‘델마와 루이스’의 배우 지나 데이비스와 4년간 부부관계였다. 이후 3혼에 돌입, 63세에 첫 아들을 얻어 ‘미국에서 가장 젊은 63세’라는 별칭을 얻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팬은 거의 없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의 말투가 이렇게 매력적인지 처음 알게됐다. 다큐물 ‘제프 골드블럼의 호기심 세계’를 통해서다.

미국 방송사와 OTT들은 적지 않은 돈을 들여 교양물을 만든다. 2차세계대전, 히틀러, 중동의 종교전쟁 같은 전통적 소재를 다루지는 않는다. ASMR, 젠더플루이드, 먹는 대마초, 갱스터랩 같은 소재가 인기다. 책 대신 영상으로 공부하는 세대를 겨냥한 것이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가 제작한 교양 시리즈물 ‘팔로우 어스-우리지금세계’가 대표적이다.

제프 골드블럼의 호기심 세계. 현금을 다발로 들고와 수백만원짜리 운동화를 사간다. 대체 왜? /디즈니플러스

골드블럼이 찾아다니는 소재는 버즈피드 것보다는 훨씬 더 일반적이다. 스니커, 아이스크림, 문신, 데님, RV, 개, 춤, 마술 불꽃놀이, 몬스터 같은 소재를 소비하는 대중의 반응, 기원, 트렌드까지를 짚었다.

시즌 1의 스니커 편. 1962년 케즈 운동화를 5달러에 사신었다는 그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헌팅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스니커 콘(Sneaker Con) 현장을 찾았다. 골드블럼이 13살 소년에게 묻는다. “제일 비싼 거 사본 건 어느 정도니?” “1800달러(약 200만원)까지 사봤어요.” 수집가를 자처하는 이들은 수천만원, 수억원의 현금을 힙색이나 베낭에 싸 들고와 나이키, 아디다스 한정판을 거둬들인다. “가짜 운동화도 있을 거 아닌가?” “냄새를 맡아보면 돼요. 가죽냄새, 고무냄새, 오리지널 운동화 특유의 냄새가 있어요. 마치 와인처럼요.” 스니커콘에서는 6, 7시간 동안 대략 수십억원의 운동화가 거래된다.

제프 골드블럼의 호기심 세계. 르브론 제임스를 위해 제작한 10만달러짜리 운동화는 '스니커즈' 편에서 소개된다. /디즈니플러스

운동화 ‘언박싱’으로 유명한 미국의 유튜버 쟈크 슬레이드를 만난 골드블럼, 이번에는 그 과정을 지켜본다. 왜 남의 물건 박스 뜯는 것을 전세계 수백만명이 지켜보는 걸까. 도파민 이론이 나온다. 기대감, 셀레임은 행복 호르몬 도파민 분비를 자극한다. 도파민이 가장 많이 나오는 순간은 뭔가를 쥐기 직전. 여행 갔을 때보다 여행 계획을 짤 때, 생일선물 박스를 막 뜯을 때라고 한다. “내 물건이 아니라도 좋아, 그 행복감을 맛보고 싶어” 바로 이런 정서가 언박싱 관객의 심리라고 골드블럼은 설명한다.

포틀랜드 아디다스 본사 랩에서는 근육의 움직임을 넘어 감정을 읽는 기술을 운동화 개발에 도입했다. ‘맞춤 스니커’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도미닉 시암브론을 찾아 세상에서 하나 뿐인 운동화를 맞추는 과정도 시연한다. 시암브론은 미국 농구 전설 르브론 제임스를 위해 10만달러짜리 금빛 악어가죽 스니커를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바베큐’ 편에서는 그릴링과 바베큐의 차이, 오리지널 바베큐와 퓨전의 차이를 짚은 뒤 로스앤젤레스 한인 마트를 찾는다. 음식 먹방으로 260만명 구독자를 가진 한국계 유튜버 스테파니 수와 ‘먹방(Mukbang)’을 시연하는 이유는 ‘대체 왜 남이 먹는 걸 보는가’ 하는 의문을 풀기 위해서다. 골드블럼에 따르면 먹방을 하고, 보는 이유는 ‘사람의 온기’ ‘연대감’이다.

제프 골드블럼의 호기심 세계. LA의 막방 유튜버 스테파니 수와 '먹방'에 도전한다. /디즈니플러스

원제는 ‘골드블럼이 본 세상(The World According to Goldblum)’. 70세 골드블럼이 요즘 ‘핫’하다는 것을 찾아다니는 ‘세태 기행’ 스타일로, 느긋한 내레이션과 흥미로운 현장 영상, 적절한 인문, 과학적 설명이 그래픽이 친절하다. 에피소드 하나가 30분 분량. 시즌 1이 12편, 시즌2가 5편(미국에서는 10편) 공개됐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제작.

한줄평

요즘 미국 유행, 30분 브리핑

개요 l 다큐 l 코미디 l 2019~ l 편당 30분

등급 전체 관람가

평점 ⭐IMDb 7.7/10

제프골드블럼의 호기심세계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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