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단죄한 전직 검사 페렌츠가 시대에 건네는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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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자츠그루펜(Einsatzgruppen)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전선을 따라다니며 유대인과 집시, 독일제국의 적으로 간주되는 민간인 수백만 명을 살해한 나치 친위대 산하 부대였다.
종전 직후 20대 후반의 검사 벤자민 페렌츠는 이들의 학살 행위를 기록한 게슈타포 보고서를 찾아내 조직의 간부 22명을 기소했다.
페렌츠는 "법보다 전쟁을 더 좋아하는 듯한 이들의 마음과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는 심각한 위험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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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아인자츠그루펜(Einsatzgruppen)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전선을 따라다니며 유대인과 집시, 독일제국의 적으로 간주되는 민간인 수백만 명을 살해한 나치 친위대 산하 부대였다. 종전 직후 20대 후반의 검사 벤자민 페렌츠는 이들의 학살 행위를 기록한 게슈타포 보고서를 찾아내 조직의 간부 22명을 기소했다.
'101살 할아버지의 마지막 인사'(양철북)는 뉘른베르크 전범재판 수석 검사였던 페렌츠가 영국 신문 가디언 기자와 나눈 대화를 기록한 책이다. 꿈·원칙·진실·사랑 등 아홉 가지 열쇳말로 그의 삶을 정리한 회고록이기도 하다.
지금은 사라진 나라 트란실바니아에서 1920년 태어난 페렌츠는 유대인 부모를 따라 당시 미국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았다는 뉴욕 헬스키친으로 이주했다. 가난과 배고픔을 견디며 공부한 끝에 하버드대 로스쿨에 입학한 그에게 전쟁범죄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교수를 도와 하버드대 도서관의 전쟁범죄 관련 책들을 요약하는 일을 하다가 입대했고, 군에서 전범조사관으로 히틀러와 추종자들을 쫓던 중 전쟁이 끝났다.
"지금 이 자리에서 백만 명이 넘는 무고한 남자와 여자, 아이들을 계획적으로 살해한 이들을 밝혀내는 일은 슬프지만 동시에 희망을 주기도 합니다. 복수는 우리의 목표가 아니며 우리는 한낱 보복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제시하는 사건은 법에 대한 인류의 간청입니다."
전쟁범죄에 대한 단죄에 그치지 않고 인류 미래의 희망을 찾고자 한 페렌츠는 이후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설립하는 데 애썼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전히 강대국들이 ICC의 존재 자체를 무시한 채 다른 나라 군사지도자를 '제거'하기도 한다. 페렌츠는 "법보다 전쟁을 더 좋아하는 듯한 이들의 마음과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는 심각한 위험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이제 백 살 넘은 페렌츠가 인생에 대해 건네는 조언은 그가 지금까지 이룬 성과와 무관하게 귀담아들을 만하다. 젊은이들에게 세 가지만 충고해달라는 가디언 기자의 말에 페렌츠는 이렇게 답했다. "첫째, 절대 포기하지 말 것. 둘째, 절대 포기하지 말 것. 셋째, 절대 포기하지 말 것."
조연주 옮김. 152쪽. 1만3천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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