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리액션·이미지도 '위조불가 한정판' 됐다

김인구 기자 2022. 1. 1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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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배급사 뉴(NEW)가 글로벌 대체불가능토큰(NFT) 플랫폼인 ‘오픈시’에 판매한 영화 ‘특송’의 제너러티브 아트 NFT. 판매 첫날 매진됐고 지금도 꾸준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강동원의 목공 영상도 NFT로 제작돼 판매됐다.

■ ‘엔터테인먼트 NFT’ 미래 먹거리 될까

세븐 신곡 음원 1990만원, 강동원 목공영상 1000달러

세븐 음원 딱 한명에게만 팔려

낙찰자 허락없인 음원 못 들어

카카오 웹툰 1분만에 완판 등

K팝·예능·영화 등 발행 경쟁

BTS 활용 웹소설 공개했지만

“연관도 없이 아티스트 써먹나”

일부 팬덤, 지나친 상업성 지적

독점 놓고 소유권 시비 논란도

개그우먼 신봉선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깜짝 놀라는 리액션을 보인 포즈, 배우 강동원이 목공을 하는 영상들이 대체불가능토큰(NFT)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신봉선 리액션 영상은 300만 원, 강동원 목공 영상은 119개가 개당 최고 1000달러(약 119만 원)에 팔렸다. 이런 것도 돈이 되나 싶었던, 무한대로 복제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이미지와 동영상 콘텐츠가 위조 불가능한 NFT로 재탄생해 어엿한 디지털 자산으로 거래되고 있다. 특히 스타 지식재산(IP)과 팬덤으로 이뤄진 엔터테인먼트업계는 NFT를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장르로 각광받고 있다. 과연 엔터테인먼트 NFT는 K-콘텐츠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인가.

◇방탄소년단(BTS), 세븐 등 스타 IP 확장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11월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협력법인을 설립하면서 NFT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아티스트 IP와 이를 소재로 한 상품을 NFT로 만들어 팔고, 또 팬들 사이에서 꾸준히 거래되도록 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실제로 두나무는 협력법인을 통해 상반기 중 ‘BTS NFT’를 출시할 계획이다. 있지(Itzy) 등이 소속된 JYP엔터테인먼트 등과도 이런 방식의 협력을 논의 중이다. 스타는 그 자체로 독립된 IP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분석이다.

가수 세븐은 신곡 ‘모나리자’의 음원을 NFT로 만들어 처음 거래했다. 지난해 7월 한글 버전 NFT를 경매 사이트인 NFT마니아에 의뢰해 1990만 원에 판매했다. 낙찰자는 ‘모나리자’의 배타적 독점권을 획득했다. 낙찰자가 음원을 공개하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은 그 음원을 들을 수 없다. 저작권은 세븐에게 있지만 소유권은 낙찰자에게만 있는 음원 NFT의 특징이다. 세븐은 ‘모나리자’의 영어버전 뮤직비디오를 프로필사진(PFP) NFT로도 선보인다. 오는 2월 7일 NFT마니아 경매에 부친다. 이렇게 해서 ‘메타휴먼 세븐’ 같은 브랜드로 확장할 생각이다.

정규 3집 ‘블리치(Bleach)’를 낸 밴드 글렌체크는 뮤직 NFT 업체인 3PM과 손잡고 NFT를 제작한다. 3PM은 지난해 10월 발매한 NFT 음반 ‘도지사운드 컴필 볼륨1’을 하루 만에 매진시켜 음악 NFT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했다. 글렌체크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한정판 화이트 래빗 NFT 111개를 무료 배포했고, 이달 중 7777개의 화이트 래빗 컬렉션 ‘더 래빗 홀(The Rabbit Hole)’을 내놓는다. 수익성 확대의 실험이다.

◇웹툰·영화·방송도 앞다퉈 발행

웹툰, 영화, 방송 NFT도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2일 대표적인 웹툰 IP인 ‘나 혼자만 레벨업’의 NFT를 한정판 디지털 작품 거래 사이트인 클립 드롭스에 공개한 지 1분 만에 다 팔아치웠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최약체인 주인공 성진우가 롤플레잉 게임처럼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면서 세계 최강 히어로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북미와 일본, 중화권과 아시아 지역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무려 142억 뷰를 기록했다. 카카오 측은 “‘나 혼자만 레벨업’의 프리미엄과 미래 디지털 자산으로서 NFT에 대한 기대감 등이 사용자들 사이에 시너지를 일으킨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화 투자배급사 뉴(NEW)는 이달 초 영화 ‘특송’의 개봉을 앞두고 영화의 IP를 활용한 제너러티브 아트(Generative Art) NFT 3000개를 글로벌 NFT 플랫폼인 ‘오픈시(Opensea)’에서 판매해 성공을 거뒀다. 영화가 개봉되기도 전에 IP 작품을 매진시킨 것에 대해 NEW 측은 “미래 산업과 콘텐츠의 융합을 통해 IP의 가치를 확장했다”며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이 많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게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방식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MBC는 지난해 중반부터 일찌감치 NFT 사업에 진출했다. NFT 전용 ‘아카이브 바이(By) MBC’를 구축해 경매를 진행해왔다. 1994년 방영한 드라마 ‘M’의 타이틀 NFT는 450만 원에 팔았고, 예능 ‘무한도전’에서 ‘무야호’를 외치던 영상은 12번의 입찰 끝에 역대 최고가인 950만1000원에 판매됐다. 방송 이외의 부가가치를 입증한 셈이다.

아울러 한국NFT콘텐츠협회가 오는 19일 출범한다. NFT협회는 디지털 자산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김영진 협회장은 “NFT 시장을 활성화하고 무분별한 저작권 침해 문제에 대처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도한 상업성, 소유권 문제 등 과제

그러나 NFT 시장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일부에선 반발도 만만치 않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가 ‘BTS NFT’ 출시 계획 등에서 일부 팬덤의 반발에 부딪혔다. 멤버들을 활용한 NFT가 IP의 새로운 활용 사례가 될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에선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비판 때문이다. NFT 사업이 방탄소년단이 그동안 강조해왔던 친환경 메시지와 상충된다는 비난도 있다. NFT 제작과정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는데, 전기 소모량이 많다는 것이다.

15일 네이버웹툰과 하이브가 방탄소년단의 멤버를 활용한 웹툰·웹소설 시리즈 ‘세븐 페이츠: 착호(7FATES: CHAKHO)’를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반응이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세븐 페이츠: 착호’는 조선 시대 호랑이 잡는 부대로 알려진 ‘착호갑사’에서 영감을 얻어 재해석한 작품이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범 사냥꾼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내용만으로는 딱히 방탄소년단과의 연관성을 찾기가 어렵다. ‘이게 BTS와 무슨 관련이냐’는 지적이 많다. 소속사가 사업을 확장하면서 아티스트를 지나치게 이용한다는 불만이 섞여 있다.

NFT의 소유권도 숙제로 남아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예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타란티노 감독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NFT 행사에서 자신의 영화 ‘펄프픽션’(1994)의 미공개 영상 7개와 직접 쓴 대본 등을 NFT로 내놓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거장의 미공개 영상을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 영화 제작사인 미라맥스가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는 NFT가 얼마나 빠르게 엔터테인먼트업계로 스며들고 있는지 알려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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