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최근 5년간 해외서 가장 많이 팔린 한국 문학에

이기문 기자 2022. 1. 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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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번역원 2016~2020년 판매 조사
10개 언어권에서 출간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표지/한국문학번역원

최근 5년간 해외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한국문학은 어떤 작품일까? 소설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었다.

18일 한국문학번역원(이하 번역원)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번역원 지원으로 해외 출간된 한국문학 총 658종, 37개 언어권에 대한 판매현황 조사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82년생 김지영’은 2020년까지 10개 언어권에서 30만 부 이상 판매됐다. 특히 일본에서 2018년 출간 이후 2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매김했다.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뒤를 이었다. 13개 언어권에서 16만 부 이상 판매됐다. 소설가 손원평의 ‘아몬드’, 소설가 정유정의 ‘종의 기원’등이 뒤를 이었다. 2020년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을 수상한 ‘아몬드’는 일본에서 9만 부 이상의 판매량을 달성했고, 9개 언어권에서 출간된 ‘종의 기원’은 포르투갈어판(브라질)이 현지에서 2만 부 이상이 판매됐다.

/한국문학번역원

총 34종 작품이 누적 5000부 이상 판매됐다. 한강, 손원평, 정유정 작가 등은 출간 이후 3~4년 동안 2만~10만 부 가까운 판매량을 보이며 꾸준한 해외 수요를 증명했다고 번역원은 전했다. 지난 2020년에 출간돼 한 해 동안 5000부 이상 판매된 작품도 16종에 달했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여러 언어권에서 고르게 판매되는 모습을 보였다. 예컨대 독일어로 출간된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은 2020년에 독일 독립출판사 문학상과 독일 추리문학상 국제부문을 수상하고 출간 후 1년 내 5쇄를 찍으며 1만 부 이상 판매됐다.

2020년 한 해에만 초판 부수(최소 2000부) 이상 판매된 작품들을 살펴보면 언어권(국가)마다 인기있는 장르가 달랐다. 프랑스에선 추리·스릴러 등 장르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서미애의 ‘잘자요 엄마’, 김언수의’뜨거운 피’가 성과를 냈다. 독일에선 힐링 에세이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다. 혜민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과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이 각 1만 5000부와 5000부 이상의 판매 부수를 기록했다. 영어권에선 그래픽 노블도 큰 주목을 받았다. 김금숙의 ‘풀’, 마영신의 ‘엄마들’이 연이어 미국 하비상 최우수 국제도서 부문을 수상했다. 중국에선 이창동의 소설집 ‘소지’가 눈에 띄었다. ‘박하사탕’, ‘버닝’ 등 이창동 영화에 대한 관심이 문학으로 이어진 사례로, 출간 이후 5만 부에 가까운 판매량을 보였다.

해외에서 한국문학이 한 해 200종 이상의 작품이 출간되는 시대가 열렸다. 최근 5년간 번역원 지원으로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문학을 살펴보면 127종(2017년) → 119종(2018년) → 151종(2019년) → 170종(2020년) → 186종(2021년)으로 해마다 10% 증가세를 보였다. 민간에 있는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작품 종수를 더하면 한 해 200종 이상이 해외 독자와 만난 것이다. 번역원 관계자는 “추세가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연간 300종의 한국문학이 해외에서 출간되는 시대를 맞이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문학 최대 판매 작가와 최다 출간 작가가 일치하는 경향도 보였다. ‘82년생 김지영’이나 ‘아몬드’처럼 특정 국가에서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가 된 작품이 여러 언어권에서 출간돼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번역원은 “해외에서 자발적으로 한국문학을 출간하고자 하는 수요가 확연히 증가했다”며 “한국문학이 ‘문학 한류’의 초입에 서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문학 저작권을 수출하는 BC 에이전시의 홍순철 대표는 “최근 인기작의 경우 중국에선 5만 달러(약 6000만원), 일본 2백만 엔(약 2100만원), 유럽 5000 유로(약 700만원) 이상의 선인세를 제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한국문학이 해외 시장에서 다른 해외 작가와 동일한 수준의 인세를 주고 판권을 사는 게 자연스러운 수준에 올라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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