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숭늉 작가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스스로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2022. 1. 1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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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상상만개' 참여한 웹툰작가 김숭늉
고민과 불안을 상상으로 극복..
그것이 창작의 시작점
웹툰작가 김숭늉이 올해로 8회째 진행하고 있는 ‘2021 상상만개-GO3 CITY(고3 시티)∞잃어버린 예술적 세계를 찾아서’에 참여, 수험생들과 함께 미래에 대한 꿈과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상상만개’는 고3 및 수험생이 예술가와 함께 다양한 예술 작업을 해보며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초등학교 때부터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소방관 브랜드를 만든 경험이 있지만, 애매한 재능이라고 생각했어요. 일러스트를 할지, 다른 것을 할지 오래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이제 막 20대에 접어든 김유진 양은 평소 즐겨보던 웹툰을 그린 김숭늉 작가와 만나 오랜 고민을 털어놨다. “할 줄 아는게 그림 밖에 없다고 하셨는데 전 그게 너무 부러워요. 하나만 잘했으면 좋겠어요.”

‘토끼대왕’, ‘유쾌한 왕따’를 그린 김 작가는 “스스로 창작하며 즐거워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아주 가끔 유진씨처럼 자신이 작업하며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보는데 정말 선택받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러 가지를 해보며 길을 찾으면 좋을 것 같다. 그것도 정말 멋진 일이다”라고 말했다. 김 작가의 말에 세상에 첫발을 디딘 학생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지금도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고 있다는 위안이었다.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북카페에서 김숭늉 작가와 여섯 명의 수험생들이 만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올해로 8회째 진행하고 있는 ‘2021 상상만개-GO3 CITY(고3 시티)∞잃어버린 예술적 세계를 찾아서’를 통해서다. ‘상상만개’는 고3 및 수험생이 예술가와 함께 다양한 예술 작업을 해보며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다. 김숭늉 작가를 비롯해 방송인 하하, 건축가 이의중, 배우 김효인 등 8명의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토끼대왕’, ‘유쾌한 왕따’를 그린 웹툰작가 김숭늉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김 작가와의 만남엔 미래의 웹툰작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신청을 통해 참여했다. 인간관계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저마다의 고민으로 마주 앉았지만, 김 작가는 “밖에 나가면 작가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친구들이 많이 찾아와 놀랐다”고 말했다. 같은 길을 걸어온 선배이자 롤모델로서 그는 학생들에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위안을 얻는 방법도 제시했다. 미래에 대한 고민과 불안을 ‘창작의 시작점’으로 삼는 것이었다.

“어릴 땐 내가 만화 속 주인공이라면 어떨까, 그런 상상을 종종 했어요. 현실이 어렵고 고민이 있을 때, 상상 속에선 어떤 방식으로든 해소가 됐거든요. 그게 제 창작의 시작점이었어요.”

김 작가의 학창시절은 별났다. 스스로는 “어릴 때부터 어눌하고 모자란 애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며 웃는다. 그림을 그릴 때 만큼은 칭찬 받던 기억은 만화가로의 꿈을 키운 동력이었다. 김 작가는 “상상에 살이 붙어 이야기가 되는 순간 내가 그 안의 주인공이 된다”며 “내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상상하다 보면 그 자체로도 위로가 되고 내면에서도 편안해진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2011년 데뷔, 지금까지 네 작품을 선보였고, 탄탄한 팬층을 얻었다. 인기 작가로의 길이 거저 주어지진 않았다. 유년시절의 경험과 기억은 그의 작품 안으로 고스란히 녹아든다.

“특별한 삶을 살진 않았지만, 성장배경과 가치관이 작품에도 많이 반영됐다고 생각해요. 완벽하게 선한 인물을 그리지 않고, 선악의 경계를 지우는 것도 어릴 때부터 겪은 사건들의 영향이었다고 봐요.”

학창시절 따돌림을 당한 기억, 철거촌에 살며 마주한 어른들의 폭력은 그의 작품 안에서 왕따, 학교폭력, 인간의 선악을 표현하는 방식의 밑거름이 됐다. 데뷔작 이후 2~3년은 적잖은 방황도 했다. “재능의 한계”를 절감했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웹툰으로 먹고 살기 어려우니, 그림을 그리는 모든 일을 닥치는 대로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유쾌한 왕따’ 이후로 전업 작가가 됐으니 이 작품이 제겐 참 고마운 작품이기도 해요.” ‘유쾌한 왕따’는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주연의 영화로 제작 중이다. 흡인력 있는 스토리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주제를 담아내는 그는 작가로서 거창한 목표를 두진 않는다. “대중과 멀어지지 않으면서도 색깔 있는 작품을 하는 작가”로 인식되길 바란다.

김숭늉 작가는 ‘2021 상상만개-GO3 CITY(고3 시티)∞잃어버린 예술적 세계를 찾아서’ 를 통해 고3·수험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비롯해 예술 활동을 돕는 편지, 안내서와 예술 작업에 필요한 재료를 넣은 ‘예술가 상자’를 제작, 학생들의 미래를 응원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웹툰 작가로 걸어온 김 작가의 이야기는 그것 자체로 누군가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그는 “때론 꿈 자체가 삶의 목표가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며 “꿈을 이루지 못하면 의미없는 인생이라 생각하고, 내 삶의 의미를 꿈에서 찾으려 했던 때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지금은 생각이 좀 다르다.

“꿈을 이룬다고 행복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고 행복은 꿈에서만 오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꿈이 직업을 말하는 것이라면 직업을 둘러싼 여러 요소에 의해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꿈을 이루지 않아도 가질 수 있는 요소들이고요.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꿈에서 멀어진다고 해서 스스로의 가치가 없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충분히 가치있고 멋진 삶이니까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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