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부모라서" 학부모가 말하는 '아마야구'의 실태 [박연준의 시선]

박연준 2022. 1. 1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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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과 권력으로 만들어진 '학부모회장'
-대학 입시를 위한 강남 사교육, 야구판에서도 존재한다
-현장의 목소리, 이제는 지지 받아야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MHN스포츠 DB

(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돈과 권력이 없으면 그저 벤치 신세로 학교를 졸업해야 한다" 고교야구부원 자녀를 둔 수많은 학부모들은 말한다.

배고픔과 절박함이 성공을 이끈 계기가 되었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아무리 실력이 좋고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라도 부모의 재력과 권력이 학교 감독의 기준에 미달한다면 그 선수는 꿈을 펼칠 수 없는 것이 현재 아마야구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 현실마저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 선수들이 유일하게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은 각 관할 야구협회가 선거를 앞두었을 때가 전부다.

결국은 돈과 권력으로 자리 잡은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꿈을 키워나가는 아마 야구선수들은 그저 장난감에 불과하다.

한국 아마야구는 이미 경고선을 넘은 지 오래다. 이대로 가다간 더 이상 야구선수를 꿈꾸는 아이들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MHN스포츠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담아 남모르게 잘못된 관행 저지르고 있는 아마야구 일부 학교의 문제점을 토로해보고자 한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MHN스포츠 DB

재력과 권력으로 만들어진 '학부모회장'

일부 학교 야구부 학부모회장의 명칭은 전체 학부모 대표 아래에서 생긴 단어이다. 하지만 아마야구계에서는 변질하여 돈과 권력이 있는 학부모가 회장을 맡게 된다.

학부모회장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대우는 '서울권 대학 입학'은 안고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로 학부모회장은 다른 학부모와 달리 감독을 배불리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직위에 오르기 때문이다.

A고교 학부모는 "월,수,금을 제외한 나머지 요일의 시간을 훈련 참관을 통해 보낸다. 아이의 야구부 선배 부모에게 커피 심부름을 한다든가, 감독에게 눈도장 찍는 일이 내 아이에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라며 "하지만 아무리 부모가 발버둥친다 해도 학부모회장에 비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일명 '내리 갈굼'으로 학부모들은 선배 학생의 부모의 온갖 심부름을 일삼고 있다. 또 비밀리에 진행되는 회식에서 감독의 비위를 맞춰주는 게 기본이 됐다고 전했다.

또 훈련을 참관하면서 야구장 정리, 볼 줍기 등 학부모가 하기에 고된 부분들을 도 맡는다고 해도, 학부모회장이 감독에게 돈을 전달한다면, 결국은 돈 주는 학부모회장만이 감독에게 기억된다.

과연 이 문제가 아이들이 야구를 하는 데 있어서 올바른지 판단해야 한다. 그라운드 안에서의 퍼포먼스로만 평가 받아야 하는 것이 올바른 것 아니겠나. 유명 야구선수 출신의 아들, 권력을 쥔 부모의 자녀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부당하다. 

"돈 없고 빽 없는 부모라서 미안하다. 아이가 꿈을 펼치는데 내가 도움되지 못해서 속상하다. 내가 모아둔 돈이 많았다면, 내가 정치인이었더라면 이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대학 입시를 위한 강남 사교육, 야구판에서도 존재한다

교육부 스포츠 혁신위원회가 학생선수 출석 인정 일수를 줄이게 되면서 선수들이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은 가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고교 정규 수업을 마치고 일반 학생들이 학원을 가는 것처럼, 아마추어 야구부 선수들은 운동장에 나선다. 다만, 일반 학생들과 다른 점은 야구라는 스포츠는 날씨와 시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가을에서 겨울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선수들이 학교를 마치고 나오면, 이미 어두컴컴한 하늘 아래에서 훈련을 준비하게 된다. 물론, 학교 자체 내에 야구장 시설이 완비된 곳은 조명등을 키고 훈련에 임할 수 있지만 MHN스포츠 조사 결과, 고교야구부 45%가 넘는 학교가 조명 시설이 갖춰지지 못한 구장에서 운동하고 있었다.

결국 선수들은 학교 내 체육관에서 작게나마 운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은 실전 운동능력을 잃게 되고, 정식경기에서 큰 페널티로 작용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아마야구계에서는 '야구 레슨' 붐이 일어나고 있다. 일종의 과외 같은 개념이지만, 금액이 상당하다. 이 부분에서 일부 학교의 학부모들은 '돈의 벽'을 느끼게 된다. 아이가 어렸을 적 남편과 이혼을 한 B 학부모는 어렵사리 마트 일을 하면서 아이를 운동시키고 있다. B 학부모는 "운동 시간이 짧아지면서 여러 부모가 레슨장의 힘을 빌리고 있다. 아이를 레슨장에 보내고 싶지만, 여건이 어려운 상태다"라고 말했다.

일부 고교야구부를 보면 한 달에 기본적으로 야구부 회비로 100만 원이 넘는 금액이 지출된다. 그 밖에 아이들 간식비용으로 한 달에 고정으로 30만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한 달에 130만 원이 넘는 비용으로 자녀를 야구 시키는 데에 1년에 1300만 원이 든다. 거기에 월 100만 원이 넘어가는 레슨장 비용을 추가하기에는 일반적인 학부모에게는 그야말로 '등골이 휜다'는 소리가 나온다.

집안의 재력 상태가 좋은 선수들은 유명 레슨장에 자녀를 보내,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집이 어려운 선수들은 또 이렇게 돈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야구 레슨장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야구가 언제나 단체운동이라고 불렸던 것처럼 선수들이 학교에서 학교 코칭스태프 지도 아래에서 야구를 배워나가게 해줘야 한다. 적어도 선수들이 "부모님의 짐을 덜기위해 유튜브로 야구를 배우고자 한다"라는 가슴 아픈 말은 다시는 꺼내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여전히 학생 선수 학습권에 대해 많은 의견이 분분하고 있다. 아무리 선수라도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매년 3천 명이 넘는 선수들이 드래프트에 참가하지만 그중 300분의 1안에 드는 선수만이 프로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선수들의 학습권에는 많은 것들이 잘못되어있다. 선수들이 운동하면서 공부를 하는것이 아닌 공부를 주로 하면서 운동을 서브로 하는것이 되었다.

MHN스포츠 DB

현장에서는 "선수들이 마음 놓고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다시 조성해달라, 레슨도 레슨이지만,애들이 학교 야구부에서 충분히 실력을 가꿀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우리도 더 이상 부담이 가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말해, 아마야구계에서 말하는 것은 공부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선수의 꿈을 공부 때문에 제약을 두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책상 앞에서 탁상행정을 하는 것과 핸드폰을 통해 이들의 의견을 반대하는 것은 별반 다른 것이 없게 느껴진다.현장의 의견을 이해하고 진심 어리게 생각해주는 것이 비로소 진정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하는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많은 후보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공약을 내놓고 있다. 뿌리가 튼튼하지 않은 나무는 절대 좋은 나무로 자랄 수 없다. 돈과 권력, 그리고 어른들의 싸움에서 보여주기식으로 이용되는 학생들이 더 이상 요동쳐서는 안 된다. 즐겁게 꿈을 펼치고, 학부모도 부담 없이 아이를 응원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어야 아마 야구가 살아야 한국 야구가 산다는 말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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