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타일] 언제까지 청년 정치인은 병풍에 머물 것인가

김영화 기자 입력 2022. 1. 18. 06:44 수정 2022. 1. 18.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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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30·40대 정치인 ○○○(이름) 앞에 '청년'을 붙였다가, '생물학적 나이가 젊다고 다 청년을 대변하나?' 같은 의문이 들었다.

인재 영입과 사퇴를 반복하고, 20·30대를 한데 모아 사진을 찍고, 청년 정치인과 논의하겠다며 후보 직속 기구도 만들었다.

여야 할 것 없이 보이는 이 일사불란함은 결국 캐스팅보터로 떠오른 '청년 표심' 때문이겠지만, 정당이 청년 정치인을 길러내는 시스템, 아니 의지가 없나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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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프리스타일] 지면에서는 늘 진지하기만 한 〈시사IN〉 기자들, 기사 바깥에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친한 친구의 수다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읽어주세요.
2021년 12월16일 부산 벡스코에서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부산 대전환 톱니바퀴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는 20~30대 청년위원들. ​​​​​​​ ⓒ연합뉴스

단어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30·40대 정치인 ○○○(이름) 앞에 ‘청년’을 붙였다가, ‘생물학적 나이가 젊다고 다 청년을 대변하나?’ 같은 의문이 들었다. 백스페이스 키를 연달아 눌렀다가 결국 국회에서 과소 대표되는 청년 정치의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청년’을 다시 붙였다. ‘여성’이란 수식어도 비슷하다. ‘남성 정치인이라고는 하지 않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쓰는 기사들이 대체로 이런 고민을 요했다. 이름 앞에 정체성을 설명하는 수식어가 달려야 한다면, 그 정체성이 과소 대표되어 있다는 말이다.

최근 정치권이 이런 정치인들에게 유독 관심이 많아 보인다. 인재 영입과 사퇴를 반복하고, 20·30대를 한데 모아 사진을 찍고, 청년 정치인과 논의하겠다며 후보 직속 기구도 만들었다. 여야 할 것 없이 보이는 이 일사불란함은 결국 캐스팅보터로 떠오른 ‘청년 표심’ 때문이겠지만, 정당이 청년 정치인을 길러내는 시스템, 아니 의지가 없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미지 쇄신을 위해 데려와서 소비하다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버리는 방식은 오랫동안 반복되어 왔다.

청년·여성 정치를 취재하면서 이들이 정치권에 진입하는 것이 얼마나 험난한 ‘바늘구멍’인지 알게 되었다. 선출직을 준비하는 한 20대 정치인은 지역 행사마다 ‘병풍처럼’ 동원된다고 말했다. “‘쪼르르 청년’이라고 하더라. 한 번도 뒤에 서고 싶어서 섰던 적이 없는데도.” 진보정당의 한 청년 정치인은 “한 번 선거에 나오고 다시 못 나오는 이유가 빚더미에 앉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다”라고 말했다. 기탁금을 내려면 3000만~4000만원씩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제1야당 대표가 된 30대 정치인은 이제 ‘청년·여성 할당제’를 없애자고 주장한다.

지난해 마지막 날, 총선과 지방선거 피선거권 연령 기준을 만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022년에는 여의도에서 청년 정치에 대한 환멸이 기대로 전환될까. 진부한 수식어 대신, 납작하지 않게 그려내는 것 또한 정치의 역할이다. 청년 표심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나 인재 영입에만 있진 않을 것이다.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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