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내 취미는 루틴 만들기?
어른의 취미 생활로 여러 가지를 전전했다. 이것저것 수집도 해보았는데 그로 인한 경제적인 압박이 힘겨웠다. 그래서 나는 저렴하고 성향에 맞게끔 ‘메모하기’를 취미로 정했다.
그때쯤 읽게 된 책이 ‘제텔카스텐’이다. 독일어로 ‘메모 상자’라는 뜻. 부제가 ‘글 쓰는 인간의 두 번째 뇌’라고 되어 있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이 어마어마한 양의 책과 논문을 쓸 수 있었던 방법으로 그만의 메모 기법을 소개한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의 조각들을 임시 메모, 문헌(분류) 메모, 영구보관 메모로 나누어 관리할 것을 제안하는 것이 골자다.
나의 경우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는 바, 직접 메모 상자를 만들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메모 보관 시스템을 만드는 데 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메모를 담을 나무 상자를 하나 사고, 더 많은 저장 공간을 위해 메모함이 수십 개 달린 가구를 사기로 계획했던 것이 이젠 가구 제작까지 의뢰할 형편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메모를 채우기보다는 다른 취미가 생긴 것 같다.
목표를 세우고 이룰 때 그 노력이 습관이 되면 성취가 수월해진다. 그래서 나는 일과에 루틴이 많은 것을 선호하는데 올해는 메모 상자를 잘 채우는 루틴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도 할 겸 동네 커피숍에 다녀오고, 출근 준비를 하며 하루 동안 할 일을 체크하고 잊어서는 안 될 몇몇 약을 복용한다. 그리고 출근해서 다른 정해 놓은 일정을 수행하면서 틈틈이 메모하기를 실행한다. 그리고 그 메모들은 모여서 메모 상자에 안착하게 된다. 생각만 해도 안정적인 흐름이다.
혹시 내 취미는 루틴 만들기였던가? 아무튼 새해에 훨씬 더 저렴한 취미가 생긴 것 같아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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