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지키던 마음으로 식량 안보 ‘밀알’ 될게요”
고향에 도움되고자 귀농 결심
이천쌀 등 판매로 연매출 12억
“전역 군인의 롤모델 되고싶다”
“우리 농촌·식량 문제가 심각한데요, 후배들에게 전역 후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으며 자리 잡는 선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난 14일 경기도 이천시 율면 ‘농업회사법인 (주)일팔구삼(1893)’ 사무실에서 만난 류성식(61·육사 39기) 대표는 전역 후 귀향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류 대표는 1979년 육사 39기로 입학해 1983년 육군 소위로 임관 후 2017년 34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예비역 육군소장으로 전역할 때까지 승승장구하던 군인이었다. 국방장관 보좌관, 30기계화보병사단장,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 부사관학교장 등을 거쳤다.
그러던 그가 여느 예비역 장성들과 달리 초등학교 때 떠났던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짓다가 지난 2020년 아예 농업회사 법인을 차렸다. 전역 후 개별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예비역 장성들은 간혹 있지만 농업 회사까지 차린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류 대표는 이에 대해 “군 생활을 하는 내내 ‘전역하면 고향에 가서 가치 있는 일을 해보자’고 생각했었다”며 “그래서 전역 후 바로 고향에 왔다”고 말했다. 그가 귀농을 결심한 데엔 날로 심각해지는 고향 사정이 영향을 끼쳤다. 그가 고향을 떠날 때 240명이던 율면 초등학교 입학생이 이제는 3명으로 줄었고, 60대가 ‘젊은이’에 속한다고 한다.
(주)일팔구삼은 전역 3년 만에 주주 9명, 자본금 3억원으로 출발했다. 처음엔 부친이 남긴 복숭아 과수원을 가꿔 복숭아를 직접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등에 내다 팔았지만 경매에 따라 가격이 들쑥날쑥해 직판 필요성을 절감했다. 주변에서 “세상 물정 모르는 예비역 장군이 무슨 사업이냐”며 말리기도 했지만 그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 ‘왜 리더인가’에 있는 ‘의도가 선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는 문구에서 힘을 얻었다”고 한다.
일팔구삼이라는 회사 명칭은 그가 태어나 살던 고택(古宅)이 1893년 만들어진 데서 따왔다. 그는 고택을 사무실 겸 카페로 개조했다. 직원 4명 가운데엔 연대장이었을 때 대대장이었던 예비역 장교, 소대장이었을 때 병사로 근무했던 대학교수 등 ‘군대 인연’이 적지 않다. 그의 회사는 창업 첫해 매출 2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엔 매출이 1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엔 25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품목은 예로부터 임금에 대한 진상미로 유명한 이천쌀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복숭아, 꿀, 포도 등도 판매하고 있다. 쌀의 경우 골짜기에 있어 바닥이 깊고 물이 풍부해 기름진 논인 고래실 논에서 키운 것을 판매하고 있다. 이런 논에서 키워진 밥맛 뛰어난 품종의 벼를 수확해 정미소 창고에 보관하다가 소비자가 주문하면 바로 도정해 2㎏ 단위로 포장한 쌀을 택배로 보내주고 있다. 매출 절반은 온라인 오픈 마켓이, 나머지 절반은 지인들의 주문이 차지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쌀 외에 보리, 콩 등 각종 곡류로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 대표의 꿈은 매년 전역하는 수많은 직업 군인이 고민하는 ‘제2의 인생’과 관련해 새로운 롤 모델이 되는 것이다. 지난 2016~2020년 장교 2500여 명, 부사관 4200여 명 등 7200여 명의 직업군인들이 전역했는데 재취업률이 낮아 제2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는 “농촌의 위기는 곧 식량의 위기인데 전역 후 농촌으로 돌아가면 식량 위기를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식량 안보에도 기여하는 농업법인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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