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육아' 네 글자 때문에..물티슈 업체가 사과한 사연
한 물티슈 업체가 제품 인출스티커에 ‘독박육아’ 문구를 사용했다가, 사과하는 일이 발생했다. ‘독박육아’ 문구가 젠더 갈등을 유발한다는 일부 소비자들의 지적 때문이다.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물티슈 대량 배송 시켜서 쓰는데 이거 뭐냐’라며 물티슈 입구에 부착된 인출스티커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 스티커에는 ‘당신은 오늘도 독박육아로 지친 몸과 마음에 에너지 충전이 필요하다. 아이의 예쁜 미소 2회, 남편의 포옹 1회. 충전될 때까지 수시로 복용하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남편의 포옹’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보아, 해당 업체는 ‘육아하는 여성’ 고객을 타깃 삼아 스티커를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토대로 작성자는 ‘독박육아’ 문구를 문제 삼았다. 왜 여성만 육아를 전담한다는 의미를 담냐는 것이다.
이를 본 일부 에펨코리아 회원들도 “그냥 육아라고 하면 되지, 독박이라는 단어를 넣냐”, “남자들은 독박벌이라고 해줘라”, “(물티슈)개봉하자마자 기분 더러울 거 같다”, “남자들은 물티슈 안 쓸 거라고 생각했냐”, “독박육아 힘든 거 인정한다. 그리고 독박벌이도 힘들다”, “그냥 육아에 지친이라고 하면 안 되냐”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반면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 “악의는 없는 것 같은데”, “너네는 뭐가 이리도 불편하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도 있었다.
‘독박육아’ 문구에 발끈한 10여명의 네티즌들은 해당 업체 홈페이지에 “물티슈 제품에 왜 독박육아 문구가 들어가냐”며 항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해당 업체는 답글을 통해 “라벨 스티커 문구 주제를 ‘가족 사랑’으로 정했으나, 문제의 문구가 젠더 갈등을 유발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이후 이날 오후 해당 업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 브랜드 물티슈 제품 캡 내 라벨 스티커에 인쇄된 ‘독박육아’를 포함한 문구로 인해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이유 불문하고 사과드린다”며 사과문을 띄웠다. 이어 “앞으로 세심하게 표현에 주의할 것을 다짐 드리며 재발 방지 약속을 드린다”며 “문제가 된 스티커의 남은 자재는 금일 내부에서 전량 폐기할 예정이다”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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