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식의세계속으로] 오미크론 광풍이 몰아치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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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중국발 코로나가 관광객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된 이후 유럽은 줄곧 세계 코로나 위기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는 수만 명씩 목숨을 잃는 충격을 겪었다.
오미크론의 특성으로 유럽의 코로나 방역은 국가 정책의 강제성을 대폭 축소하고 개개인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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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강제성 줄이고 개인 참여형 전환 기조
2021년은 백신의 개발로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시작했다.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나 독일의 스타트업 기업 바이오엔테크의 공헌은 유럽이 보건 분야만큼은 아직 건재하다는 안도감을 선사했다. 게다가 유럽은 전 국민을 포괄하는 복지국가 덕분에 높은 백신 접종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프랑스의 경우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1년 만에 국민의 77%가 2차 접종을 마쳤고, 40%는 3차 추가 접종도 끝낸 상태다.
2022년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광풍이 다시 유럽을 뒤흔들고 있다. 오미크론의 전염력은 놀라운 수준이다. 1월 중순 현재 프랑스는 매일 평균 20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유럽 차원에서 수백만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동시에 생긴다는 계산이다. 오미크론은 지난해 11월 남아공에서 처음 확인된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유럽을 공황 상태에 빠뜨린 셈이다.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완전히 새로운 전염병이 불쑥 나타난 것과 같은 모양새다. 변이 바이러스는 너무나 빠른 속도로 전파되기 때문에 기존 코로나에 대한 대응 체계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수백만에 달하는 확진자나 밀접접촉자가 기존의 격리기간을 유지하다간 사회가 마비되어 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프랑스가 최근 백신을 접종한 확진자의 격리기간을 5일로 확 줄인 이유다.
확진자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다 보니 밀접접촉자의 추적도 불가능해졌다. 예전에는 의료기관에서 확진자와 전화 상담을 통해 밀접접촉자를 확인하고 추적했었다. 요즘은 확진자에게 문자만 보내서 이들이 스스로 밀접접촉자에게 테스트를 권고하는 방식으로 간소화되었다. 한정된 의료기관 공무원으로 이전 정책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미크론의 특성으로 유럽의 코로나 방역은 국가 정책의 강제성을 대폭 축소하고 개개인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 되었다.
프랑스나 영국에서는 이제 바이러스를 추적하는 단계를 종결하고 심각한 환자만을 관리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전염력이 높은 오미크론을 기존 코로나처럼 관리하기에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이유다. 특히 유럽 대부분은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기에 입원이나 사망과 같은 심각한 사례만을 관리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성격의 변이가 등장할지는 알 수 없다며 여전히 강력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개방사회 유럽과 공동체의 안전을 내세워 전염병 박멸 정책을 펴는 중국은 분명 코로나 대책의 상반된 두 모델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자유 사회의 개방성과 국가의 강제적 정책 사이 어디선가 나름의 균형을 추구해 왔다. 오미크론이라는 새로운 변이의 광풍 앞에서 방역 정책의 추(錘)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지켜볼 일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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