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노동전문 낙하산?.."정권 말 검사장 인사 우려" 檢 반발(종합2보)

온다예 기자,장은지 기자,이세현 기자 2022. 1. 1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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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보직 공개 안해 혼란..광주고검 차장 임명 후 대검 파견 거론
현직검사 내부망 글.. "광주 비극 기회삼은 알박기 시도라면 사악"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지난해 12월2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자료사진) 2021.12.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장은지 기자,이세현 기자 = 법무부가 17일 '산업재해·노동인권 전문가 검사장 발탁'을 위한 외부 공모에 나서자 검찰 내부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외부 인사를 수사 지휘라인 검사장에 발탁하는 것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홈페이지를 통해 '산업재해·노동인권 전문가 검사장(대검검사급) 발탁' 신규임용 공고를 게시했다. 선발예정인원은 1명이다.

이날부터 21일까지 법무부 검찰과에서 지원서를 접수한다. 지원자격 요건은 10년 이상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 재직 등이다.

선발기준은 중대재해·산업재해·산업안전·노동 분야에서 실무경험 또는 전문지식(박사학위 소지 등)이 있고, 인품과 능력, 적성, 청렴성 등을 고려해 검사 직무 수행에 적합성을 갖춘 자다. 법무부 측은 "다만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법무부는 서류심사 후 면접을 거쳐 다음달 최종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외부인사 공모 방침을 공식화했다.

박 장관은 "광주에서 또 신축아파트 외벽이 붕괴되는 말도 안되는 사건이 벌어졌다"며 "이와 관련해 산업재해와 노동인권에 식견과 전문성이 높은 외부 인사를 발탁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 절차를 개시한다"고 강조했다. 21일 열리는 검찰 인사위원회에 대해선 "평검사 인사를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장관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공석인 광주·대전고검 차장검사 자리를 채우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중대재해 관련 전문성을 갖고 있고 관심이 높은 우수 자원을 뽑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정권 말 보은인사 논란이 일고 검사장 승진 대상 기수에 산업재해 수사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 등이 나오자, 검사장 인사 규모와 방식을 '1명 외부 임용'으로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신규임용하는 검사장의 보직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관련 대응을 강조했기 때문에 공석인 광주고검 차장 자리가 거론된다.

그러나 박 장관이 "재해 사건 수사 초기 대응방식과 새로운 양형인자 발굴, 재판부의 설득 법리 연구·검토 등을 총체적으로 볼 '헤드'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대검에 중대재해 관련 별도의 직제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광주고검 차장으로 임명한 후 대검에 파견 형식으로 발령 인사를 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 수도권 부장검사는 "외부 인사가 광주고검 차장으로 일할 가능성 보다는 파견이든 어떤 형식을 빌려 대검에 중대재해 관련 별도 조직을 만들고 총괄하게 하는 방식일 것으로 보인다"며 "직제개편이 함께 이뤄질수도 있고, 비직제로 검사장직을 신설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간 법무부는 법무실장·인권국장·출입국외국인본부장·감찰관 등과 대검 감찰부장에 대해선 외부 개방직으로 임명해왔다. 이번에 중대재해 관련 검사장이 외부인사로 임명되면 검찰청 수사 지휘라인의 '검사 순혈주의'가 처음으로 깨지게 된다.

검찰 내부에선 우려와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 말 검사장 승진인사 의도가 의심스럽고, 내부 승진이 아닌 외부 발탁의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부가 공감대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한다는 비판도 있다.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등 특정 외부인사를 사실상 내정한 정권 말 '내 사람 챙기기' 인사로 보인다는 의구심 역시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 외부에 검사장급 역량이 되는 중대재해 관련 수사 전문가가 있을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며 "이런 식으로 정치인 출신 법무부장관이 마음대로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면 앞으로 누가 열심히 일하고 싶어 하겠나. 내부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다"고 했다.

정유미 광주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게시한 글을 통해 "광주에 대규모 건설재해가 연달아 두 번이나 발생해서 마음이 아픈데 이 비극을 기회로 삼아 엉뚱한 인사를 검찰에 알박기 하려는 시도는 아닐 텐데, 그런 시도라면 너무 사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선을 지원할 인력이 아니라 검사장급 전문가를 뽑는다고 하니 절로 고개가 갸우뚱한다"며 "이 시점에 검사장급 전문가가 왜 어디에 필요한지 상상이 잘 안된다"고 전했다.

hahaha828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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