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새 36%→43%..타격왕도 FA 대박도 대세는 '좌타'
[경향신문]
KBO리그 내 꾸준히 늘어난 좌타자, 타격지표 톱5서도 득세 ‘양질의 성장’
100억대 FA계약 나성범·김재환부터 신흥강자 이정후·강백호까지 좌타
좌완 스페셜리스트·수비 시프트 등 ‘왼쪽 대비’의 중요성도 나날이 커져
이번 겨울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나성범(KIA)은 6년 총액 150억원으로 최고 대우를 받았다. 김재환(두산)이 4년 총액 115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김현수(LG)도 6년 총액 115억원에 계약을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좌타자라는 데 있다. 지난해 KBO리그 타율 톱5 가운데 좌타자는 3명이었다. OPS 톱5 가운데도 좌타자가 3명이었다. KBO리그의 좌타자 득세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안경 쓴 사람이 공부 잘할 것 같은 그 옛날의 편견처럼 좌타자 또는 좌투수는 야구를 할 때면 첫인상에서 유리하다.
좌타자는 오른쪽으로 뛰기 시작하는 베이스러닝부터 유리하다. 상대적으로 많은 우투수를 상대로 공을 조금 더 편안한 각도에서 볼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최근에는 기술적 요인에 확률적 요인까지 더해지고 있다. KBO 공식 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10년 전인 2012년 KBO리그 전체 35.5%이던 좌타자 비율이 2021년에는 42.9%로 증가했다. 2018년 처음으로 40%를 상회하기 시작한 좌타자 비율이 계속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좌타자의 시즌 안타 점유 비율은 더욱 가파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2012년 38.2%이던 좌타자의 시즌 안타 점유율은 지난해에는 48%까지 증가했다. 2019년 41.2%이던 점유율이 2020년 46.2%로 급등하더니 이제 50% 문턱까지 이르러 있다. 지난 시즌 양손타자(스위치히터)의 안타 점유율이 0.8%였다. 이를 감안하면 좌우 타자의 안타 생산 비율은 이미 50 대 50으로 거의 비슷해졌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인구 중 왼손잡이 비율은 약 5%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야구에서 좌타자 비율이 이토록 높아지고 있는 것은 학생 야구에서의 인위적 좌타 전향이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에서 우투좌타는 이미 일반적인 전형이 돼있다. KBO리그 세대교체를 이끄는 쌍두마차로 최고 타자 자리를 다투고 있는 이정후(키움)와 강백호(KT) 모두 우투좌타로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좌타자의 수적 증가와 더불어 이들의 팀 내 역할 증대에 따라 야구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몇 시즌 간 각 팀의 좌타자 대비 수비 시프트가 대폭 증가한 것도 그중 하나다. 오른쪽 방향 타구가 많은 좌타자가 나올 경우, 2루와 3루 사이에는 야수 한 명만 남겨두고 1루와 2루 사이에 내야수를 집중 배치시키는 포메이션이 일반화돼 있다. 지난 시즌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지휘 아래 좌타자 대비 수비 시프트를 가장 활발히 펼친 한화는 인플레이타구의 아웃 비율인 DER(수비효율) 0.691로 부문 공동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대에게 행복을 주던 ‘행복수비’의 오명에서도 벗어났다.
좌타자 상대가 팀 투수력의 지표로 의미가 더 커지고도 있다.
지난해 챔피언 KT는 팀 평균자책이 LG에 이어 2위였지만 좌타자 상대 성적은 가장 좋았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250에 좌타자 상대 피OPS 0.671로 단연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좌타자 상대 피OPS가 0.821까지 올랐던 롯데와의 차이는 현격했다.
좌타자 피안타율이 0.212인 좌완 스페셜리스트 조현우가 버티고 있을 뿐 아니라 고영표(0.219), 배제성(0.218),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0.240) 등 주력투수들의 좌타자 상대 성적이 좋았다. 좌타자가 주력인 팀들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KT가 호성적을 낸 배경이기도 했다.
양과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KBO리그는 이미 ‘좌타 세상’이 돼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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