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은 회복의 원천..철도는 그 대표적 상징물"
[경향신문]
철도 사진 찍어온 전재홍 사진가
22일까지 갤러리강호서 전시회
“끊임없이 이어지는 철도는 이음의 대표적인 상징물이지요. 그런 이음이 바로 회복의 원천이 되고요.”
철도 사진을 찍어온 사진가 전재홍씨(사진)가 오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강호에서 열리는 ‘이음 그리고 회복’이라는 주제의 전시회에 그동안 찍은 철도 사진을 내놓은 이유다.
장항선 임피역(전북 군산)의 아름다운 석양을 배경으로 쭉 이어지는 철로, 중앙선 구둔역(경기 양평) 구내에 켜져 있는 따스한 불빛을 받으며 달리는 기차 모두 ‘이음’을 뜻한다. 두 역은 현재 문을 닫았다. 이른바 ‘폐역’이다.
지난 16일 대전 서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단절된 관계를 잇고 회복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전시회의 기획 의도에 공감했다”며 “사진을 찍은 시점은 두 역이 폐쇄되기 전이었는데, 그 사진을 지금 내놓은 이유는 시간의 단절도 넘어보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철도와 기차역을 카메라 파인더를 통해 주로 만난다. 최근 관심을 갖고 찍은 것은 국내 철도역에 남아 있는 급수탑이다. 급수탑은 증기기관차가 운행되는 일제강점기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역사 내에 지어진 시설이다.
그는 국내의 급수탑을 기록한 사진을 ‘제국의 바벨탑’이라는 부제목으로 정리해 지난해 5월 출간한 사진집 <리틀보이(Little Boy)>에 담았다. ‘리틀보이’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이름이다.
그는 이 사진집에 일제의 한반도 수탈과 관련된 각종 시설물들을 촬영한 사진을 ‘제국의 평야’라는 부제목으로 정리해 수록했다. 또 한국, 일본, 러시아 연해주, 중국 지린(吉林)성 등을 돌며 일제의 강제노동 피해자·강제이주 피해자·위안부 피해자와 일본 원자폭탄 피해자, 사할린 강제 징용자 후손 등의 사진을 찍어 ‘제국의 휴먼’이라는 부제목으로 실었다.
“2003년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일제의 신사(神社)를 담기 위해 전남 고흥의 소록도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거기서 신사참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손가락과 다리가 절단되는 아픔을 겪었다는 사람을 만나면서 사람을 기록하는 일에도 힘을 쏟게 됐죠. 이후에는 일본 제국주의 피해자 중 생존자들을 기록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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