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SK·LG 젊은 총수들, '미래차' 매개로 혁신 동행

조미덥 기자 2022. 1. 1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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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4대 그룹, 선대의 경쟁 구도 넘어 미래 사업 협력 중시
반도체·전기차·배터리·전장 역할 분담…CES선 서로 응원 메시지
국가주의 심화·4050 총수 등 영향…정부도 국내 기업 간 협력 강조

지난 5~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에서 한국 주요 기업들은 경쟁자들과 협력하고 상대방을 응원하는 데 더 큰 목소리를 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기차 배터리 협력에 대해 “LG든 삼성이든 SK든 같이할 분야가 있으면 어디서든 같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증강현실(AR) 기반의 삼성전자 미래차 운행 시스템을 체험하고, CES 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묻자 “아주 얇은 삼성 TV”라고 답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9일 인스타그램에 ‘탄소중립’을 주제로 꾸려진 SK그룹 CES 부스를 알리면서 ‘수소동맹정의선화이팅’이란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 같은 총수들 간의 우호적 메시지는 최근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사이의 협력 기류와 무관치 않다. 핵심 매개는 ‘미래차’다. 미래차는 전기로 구동하고 자율주행을 하면서 차 안에서 업무와 놀이, 휴식 등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첨단기기로 그려지고 있다. 지금은 현대차와 같은 완성차 기업이 모든 부품사까지 수직계열화하기가 어렵다. 현대차와 전기차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자동차 전자장비(전장)에 주력하는 LG전자,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삼성전자의 협력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 LG전자가 만들어 폭스바겐에 납품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삼성전자가 만든 차량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7’이 탑재됐다.

핵심 산업에 대한 ‘국가주의’가 심화하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자국 기업들끼리 힘을 합쳐 미래차를 만드는 자국 내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반도체 수급난, 마스크·물류 대란을 겪으며 자국 생산망을 우선 확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 정부도 국내 기업들 간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6개 기업 총수와 오찬을 하면서 “현대차와 삼성이 차량용 반도체에서 더 긴밀히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몇년 사이 삼성과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 총수가 이재용 부회장(54), 정의선 회장(52), 구광모 회장(44) 등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로 바뀐 영향도 있다. 이들은 아버지 세대에서의 갈등보다 미래 사업에서의 협력을 중시하고 있다. 2020년 정 회장이 삼성SDI 공장을 방문하고, 이 부회장이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찾아 자동차 분야 협력을 논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선대 회장들은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 일 때문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던 터라 업계에선 이런 행보가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양사 실무자들이 만나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도 협력이 추진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구매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 경제에서도 수소를 생산하는 SK가스와 수소를 유통하는 삼성물산, 수소를 활용하는 현대차 등 각자 강점이 있는 영역이 달라 협력 필요성이 강조된다. 이 기업들은 중동을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이 지난 16일 아랍에리미트연합(UAE)에서 양국의 수소 경제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에도 동행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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