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회장직 유지' 정몽규, 현산 영향력 여전..'반쪽 책임' 비판도

송진식·류인하 기자 2022. 1. 1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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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수습 나선 현산..향후 전망은

[경향신문]

유가족·수분양자 보상 등 당면과제
붕괴 아파트 수습에만 수백억 소요
부실시공 사실 땐 ‘건설업 등록말소’
안전대책 내놨지만 ‘퇴출론’ 거세
신뢰 회복 못하면 HDC그룹 ‘흔들’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발생 일주일째를 맞은 17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현대산업개발(현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 사태 수습이 본격적인 국면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직 실종자를 다 찾지 못한 데다 향후 보상 및 책임 소재를 둘러싼 법적 문제 등을 모두 해결하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정 회장이 퇴진하면서 현산은 유병규·하원기 각자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가 보다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는 경영 및 경영기획 분야, 하 대표는 건설현장·실무에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 대표 등도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두 명 모두 올해 1월부터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사고를 수습하는 게 시급한 점 등을 감안해 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물러나긴 했지만 현산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고 보긴 어렵다. 정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HDC의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주회사의 회장이자 최대주주로서 정 회장은 여전히 현산에 여러모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룹 회장직 유지를 놓고 “반쪽짜리 사과”라는 비판도 나온다. 현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고의 온전한 수습이 가장 중요한데, 정 회장이 그룹의 최대주주이자 회장으로서 향후 수습까지 책임을 갖고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사고를 수습하고, 정 회장의 표현대로 “바닥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게 현산의 당면과제다. 화정 붕괴사고의 경우 실종자와 유가족에 대한 사과 및 보상 등이 원만하게 이뤄져야 하고, 계약해지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화정 아이파크 수분양자들에게도 적절한 수준의 피해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조사에서 중대한 부실시공 책임 등이 드러나면 최장 1년 이하의 영업정지 내지는 최대 건설업 등록말소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경찰 수사 결과 등에 따라선 현장 책임자나 회사 경영진이 형사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이날 “(사고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현행 모든 법규, 규정상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페널티(처벌)가 주어져야 할 것”이라며 “책임을 분명히 묻기 위해 원인조사에 따라서 합당한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정비시장에서 지난해에만 1조원이 넘는 수주를 기록한 현산은 사고 발생 이후 기존 수주 사업장에서도 ‘퇴출론’이 일고 있다. 현산은 대응책으로 현재 전 사업장에 대한 안전진단을 진행 중이다.

정 회장은 이날 추가로 화정 아이파크의 전면 철거 및 재건립 검토, 아파트 구조결함에 대한 보증기한의 30년 연장(현행 10년) 등을 제시했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는 막대한 비용 지출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붕괴된 화정 아이파크를 철거하고 재건립하는 데만 수백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계 서열 28위인 HDC그룹의 명운도 현산의 신뢰 회복 여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HDC의 공시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 기준 그룹의 누적 매출액인 3조7761억원의 66.7%에 해당하는 2조5178억원이 현산에서 나왔다. 현산이 신뢰 회복에 실패해 향후 정비시장에서 수주를 하지 못하면 현산뿐 아니라 그룹 전체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송진식·류인하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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