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폭발 위험 낮은 '전고체 전지'..리튬·은 결합 기술로 상용화 '성큼'
[경향신문]
전기연구원, 해외 학술지 논문 발표
전지 수명 단축 억제…저장성 높여
국내 연구진이 폭발 위험성이 낮은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진은 안정적인 특성을 가진 ‘황화물계 전고체 전지용 음극 제조 기술’을 연구한 결과가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최신호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고 17일 밝혔다.
전고체 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해 전류를 흐르게 하는 물질인 ‘전해질’을 기존 전지처럼 액체가 아니라 화재나 폭발 위험이 낮은 고체로 바꾼 것이다. 이런 전고체 전지의 핵심 부품인 음극의 소재는 ‘리튬’을 쓴다. 문제는 충전과 방전을 거듭하면 리튬 금속 표면에 나뭇가지 모양으로 리튬이 돋아난다는 점이다. 이를 과학계에선 ‘수지상 성장’이라고 부른다. 이 현상은 내부 단락을 일으켜 전고체 전지의 수명을 줄이고 성능을 떨어뜨린다. 과학계에선 수지상 성장이 전고체 전지의 상용화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보고 있다.
연구진은 음극을 이루는 리튬에 ‘은’을 섞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두 개의 금속을 얇은 막 형태로 뽑아내 서로 붙였다. 리튬과 은을 결합하면 물리적인 보호막이 형성되면서 수지상 성장을 억제한다.
이 기술을 적용한 전고체 전지는 140번 충전과 방전을 거듭해도 에너지 저장 성능을 실제 사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실사용이 가능한 수준이란 대개 출고 이후 50~80% 에너지 저장 성능이 남아 있는 상태를 말한다.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전지는 보통 300회 이상 충·방전을 해도 비슷한 에너지 저장 성능을 보인다. 전고체 전지는 아직 개발이 더 필요한 단계이지만, 연구진은 이번 기술로 상용화를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만들었다.
김병곤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은의 양을 적게 쓰고도 적절한 성능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은을 대체할 값이 싼 물질을 탐색하는 등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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