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세대로서 부채의식" 기후행동 나선 할매·할배들

강한들 기자 2022. 1. 1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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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숙 '60+ 기후행동' 공동운영위원장 인터뷰

[경향신문]

윤정숙 ‘60+ 기후행동’ 공동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작년 9월 첫 회의 닷새 만에
60대 이상 700여명이 ‘서명’
함께 남긴 말 대부분 “반성”
“특정 세대 아닌 모두의 문제
느리지만 현장의 증인 될 것”
19일 탑골공원서 창립행사

지난해 9월 머리가 희끗희끗한 ‘60+’(60대 이상) 10여명이 노트북 화면 앞에 앉았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않은 회원들에게 모두 전화를 걸어 마련된 자리다. 세계기후행동의날을 앞두고 기후위기에 당장이라도 우리 세대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뜻을 모은 ‘60+ 기후행동’의 시작이었다. 첫 회의 이후 약 닷새 만에 함께 목소리 내어줄 60대 이상 시민 700여명의 서명이 모였다. ‘미래세대’인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행동의 상징이 됐다. 국내에서도 청년들이 ‘기후위기로 우리가 죽는다’며 거리로 나섰다. 이들을 보고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던 사람들이 있었다. 대한민국 산업화와 성장의 상징인 ‘60+’ 세대였다. 700여명이 서명과 함께 남긴 한마디 중 가장 많은 것이 “반성한다”였다. 19일 창립식을 앞두고 윤정숙 60+ 기후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을 지난 14일 만났다.

애초 창립식 날짜를 두고 논의할 때는 ‘노인의날’ ‘환경의날’ 등이 거론됐지만 심각한 기후위기로 실제 화재가 나는 현실을 알리고, 지구온난화라는 ‘불’을 끄기 위해 ‘119’를 연상시키는 1월19일을 택했다. 창립식 장소는 탑골공원이다. ‘소외된 노인’들의 상징과도 같은 탑골공원에서 노인이 주체가 된 기후행동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노년 세대가 새로운 사회를 꿈꾸면서 변화의 주역으로 나설 수 있는 장소”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기후위기가 특정 세대의 문제인 것처럼 여겨지는 시각에 대해 답답함을 느꼈다. 기후는 환경 문제만이 아닌 정치·경제 의제이고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문제였다. 윤 위원장은 “농민, 장애인, 노인, 이주민 등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기후위기로 식량 문제가 생기면 먹고사는 데 문제가 생긴다”며 “(기후위기 담론에서 배제된) 노인 세대가 나섬으로써 우리 사회의 전 세대가 내 문제처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60대 이상이 모인 만큼 행동방식도 기존 기후단체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윤 위원장은 기후위기 현장을 찾아 ‘웅성웅성’거리고 ‘어슬렁’대겠다고 했다. 선명한 구호를 큰 목소리로 외치고 퍼포먼스도 벌이는 기존의 시민행동과 다르게, 느리지만 현장감 있는 접근방식으로 해보겠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119명을 모아 ‘60+ 119 기후행동대’를 꾸리고, 가장 먼저 석탄발전소 앞으로 향할 예정이다. 큰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대신 현장에 가 온종일 걸으며 ‘어슬렁어슬렁’ 시위를 할 예정이다. 또 주민, 현장 직원과 대화하며 ‘웅성웅성’댈 계획이다. 윤 위원장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방식은 우리 세대에 적절한 것 같지 않다”며 “황폐화된 현장을 온몸으로 느끼고, 우리 세대가 현장의 증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60+ 기후행동은 기후위기 대응이 정치의 주류 의제가 돼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정치인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윤 위원장은 “거리에 누우며 시위를 하고, 헌법 소원을 하는 등 아래로부터의 행동이 없으면 절대로 안 움직일 세력”이라면서 “지금의 정치권은 눈치만 보고 현상을 유지하려 하는, 우리와는 다른 60+”라고 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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