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아내와 대화 부족"..허위 이력 때처럼 '분리 전략'

박순봉·문광호 기자 2022. 1. 1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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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건희 녹음파일' 후폭풍 차단 안간힘

[경향신문]

불교행사에 함께한 안철수와 윤석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가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불교리더스포럼 5기 출범식에서 기념촬영 후 합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사적 대화 오래 했는지 저도 이해 안 가” 의혹 거리 두기
당은 보도한 매체 등 고발 ‘역공’…커지는 비선 의혹엔 우려
홍준표 “무속인 영입 충격, 정권교체 중요해도 이건 아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사진)의 녹음파일 공개 후폭풍 차단에 집중하고 있다. 녹음파일 공개 이후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안도하면서도 김씨에게 제기되는 비선 의혹과 추가 보도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모습이다. 추가적인 ‘김건희 리스크’를 막기 위해 녹음파일을 제공한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와 이를 보도한 MBC를 향해 역공을 펼치고, 윤 후보와 김씨를 분리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윤 후보는 김씨 녹음파일 보도 다음날인 17일 “사적인 대화 내용이 방송으로 공개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것도 있지만, 사적 대화를 뭐 그렇게 오래 했는지 저도 잘 이해가 안 가는 면이 있다”면서 “어찌 됐든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남편인 제가 좀 더 잘 챙기고 해야 했는데 제가 안 그래도 새벽에 나갔다 밤늦게 들어오고 하다 보니 제 아내와 대화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제 처가 선거운동에 많이 관여했다면 그런 통화를 장시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겠나”라고 말했다. 김씨 비선 의혹을 반박하는 동시에 자신과는 거리를 두려는 발언이다. 이 같은 분리 전략은 김씨가 허위 이력 의혹을 받고 있을 때부터 이어져온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의힘은 역공에 돌입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선대본부 회의에서 서울의소리가 녹음파일을 넘기고 MBC가 보도한 상황을 거론하며 “이런 행태는 단순한 불공정을 넘어 매우 악질적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했다. 권 본부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형수 욕설 테이프,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 관련 내용도 방송하라고 주장했다. 김은혜 선대본부 공보단장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사적 통화 내용을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무차별 공개하는 건 보도가 아니라 폭력”이라고 말했다.

법적 대응도 이어졌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가짜뉴스 파일을 생산·공유·유포하는 자들을 철저하게 색출해 전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는 이날 세 건의 고발을 진행했다. 녹음파일 보도 방송금지 가처분 결정문 중 방송금지 내용을 유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MBC 측 김광중 변호사와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을 고발했다. 지난 14일 TBS 라디오에서 윤 후보 캠프와 김씨의 무속인 연루 의혹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아 진행자 김어준씨와 열린공감TV 측 출연자 등도 고발했다. 또 지난해 8월 서울의소리 측이 김씨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여러 명의 대화를 ‘몰래 녹음’했고, 이를 열린공감TV 측과 사전에 공동기획했다고 보고 서울의소리 관계자와 열린공감TV 관계자를 주거침입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조치했다.

당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홍준표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씨 녹음파일 공개 여파가 “최순실 사태처럼 흘러갈까 걱정스럽다”고 적었다. “자칭 ‘국사’인 무속인 건진대사가 선대위(선대본부) 인재 영입을 담당하고 있다는 기사도 충격”이라며 “아무리 정권교체가 중하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않으냐라는 말들이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썼다. 홍 의원은 자신이 만든 ‘청년의꿈’ 플랫폼에 ‘오불관언’(어떤 일에 상관하지 않고 모른 척함) 제목의 글을 올려 “더 이상 이번 대선에 대해 제 의견을 말하지 않기로 했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김씨 등판론도 흘러나온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예전에 장시간 (김씨와) 대화를 나눠봤는데 크게 문제가 될 언사를 할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며 “윤 후보 배우자를 둘러싸고 억울하게 형성된 이미지가 해소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 예측했다. (김씨가) 공개적으로 활동해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생각을 더 해봐야 하는 문제”라면서도 “배우자가 사과할 때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으니 어느 정도 시간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순봉·문광호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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