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틈새 파고든 북 미사일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2022. 1. 1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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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어제 2발…올 들어서만 네 번째
G2 정세 격화 업고 무력 행동
올림픽 앞둔 중국은 북한 두둔
중국행 화물열차 운행 ‘자신감’

북한이 17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동해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서만 4번째다.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북한이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북한의 미사일 실험은 북·중관계 악화를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도발적 군사행동이었다. 중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에 찬성한 나라다. 중국은 특히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의식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매우 꺼린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은 중국의 외교적 부담을 키우는 요소였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이 국제사회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핵·미사일 실험을 감행하면서 핵무장으로 질주하는 동안 북·중관계는 매우 악화됐다. 혈맹 북·중관계가 여타 사회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관계’로 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북한이 2017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곧장 북·미 대화를 시작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망가진 북·중관계를 회복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은 북·중관계를 전혀 우려하지 않고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고 있다. 중국이 다음달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북한이 한반도 안정을 해치는 군사행동을 거침없이 감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또한 북한이 2년 만에 국경을 개방하고 단둥-신의주 간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해 중국으로부터 물자를 들여오면서 한편으로는 미사일을 연일 발사하는 것도 주목된다.

정부 “유엔 안보리 공동 대응·제재 강화도 쉽지 않아”

북한의 이 같은 과감한 행보는 미·중관계가 전방위적 대결관계로 변한 국제정세와 직접 관련이 있다. 미·중 패권 경쟁 격화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북한이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무력시위를 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을 감싸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사실도 지적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지난 11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중국 외교부는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의 성질에 대해 추가로 연구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유관국은 성급하게 정의를 내리거나 과잉 반응을 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을 두둔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대응으로 첫 대북 제재를 발표했을 때도 중국은 제재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중국은 어떤 국가가 자국법에 따라 다른 나라에 대해 과도하게 간섭하며 일방적인 제재를 하는 것에 일관되게 반대해왔다”면서 미국을 비난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의 행동에 대해 유엔 안보리를 통한 공동 대응이나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현재의 미·중관계에서는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면서 “미·중 갈등의 틈새에서 북한이 비교적 자유롭게 신무기를 실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라고 말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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