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일렉기타 주법교본 [성기완의 내 인생의 책 ②]
[경향신문]
내 청춘의 시간이 아로새겨진 20세기 후반에 출판사가 하나 있었으니 이름하여 ‘후반기출판사’다. 주로 가요나 팝송 책을 펴내던 후반기출판사의 책들 후반부에는 수많은 청춘들의 이름이 가나다순으로 깨알같이 적혀 있곤 했다. 펜팔 주소록이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가끔 그 이름과 주소들을 하염없이 쳐다봤다. 방바닥을 뒹굴며 세월 따라 한 장 두 장 뜯겨가던 후반기출판사의 책들은 다 사라지고 없지만 그중에서 지금껏 소장하고 있는 유서 깊은 책이 하나 있는데 그 제목은 <록 일렉기타 주법교본>이다.
책 표지에는 오렌지 형광색에 고딕체로 제목이 써 있고, 아래쪽에는 ‘새 시대 새 방법 새 감각의 트레이닝’이라고 써 있다. 표현이 어딘가 일본스럽지 않나? 일본 책을 무단복제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돌이켜보니 당시에 나는 전기기타가 없었다. 중학교 때 조르고 졸라서 장만한 통기타로 이 책을 마스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초반에 나오는 척 베리의 전설적인 로큰롤 프레이즈를 익힌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전기기타를 사달라고 아무리 졸라도 어머니는 절대 안 사주셨다. 원대한 꿈은 이내 소박한 취미로 소소하게 지속되는 수밖에 없었다.
책장을 뒤져 극적으로 찾은 이 책의 표지를 넘겨보니 “1982년 3월 성기완 Kiwan”이라고 서명까지 되어 있다. 고등학교 입학하던 해 3월에 기타 교본을 산 걸 보면 공부할 생각은 아예 없었나보다.
이 책을 구입하고서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엄숙하게 서명을 했으리라. 따지고 보니 구입한 지 딱 40주년이다. 불세출의 록 기타리스트가 되는 데는 실패했지만, 아직도 ‘인디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걸 감사히 여기며 나 홀로 이 40주년을 기념해본다.
성기완 | 시인·뮤지션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 열광시킨 ‘수학천재’ 소녀 씁쓸한 결말
- 한양대 교수 51명 “윤 대통령 즉각 퇴진”···줄 잇는 대학가 시국선언
- [종합] 과즙세연♥김하온 열애설에 분노 폭발? “16억 태우고 칼 차단” 울분
- 수개월 연락 끊긴 세입자…집 열어보니 파충류 사체 수십여 구가
- 율희, ‘성매매 의혹’ 전 남편 최민환에 양육권·위자료 등 청구
- 추경호 “대통령실 다녀왔다···일찍 하시라 건의해 대통령 회견 결심”
- 버스기사가 심폐소생술로 의식잃고 쓰러진 승객 구출
- 시진핑 아버지 시중쉰 주인공 TV 사극 중국에서 첫 방영
- 김민석,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 예고에 “정상적 반응 기대 어렵다”
- 마약 상태로 차량 2대 들이 받고 “신경안정제 복용” 거짓말…차에서 ‘대마’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