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인 의심케 하는 "돈 안 줘 미투 터졌다"는 김건희씨 발언

2022. 1. 1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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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6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서 지난 16일 방송한 김건희씨의 통화 녹음파일에는 대선 후보(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의 발언으로 보기에 부적절한 내용이 적지 않게 담겨 있다. 김씨는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기자 이모씨에게 “미투(Me too)가 다 돈을 안 챙겨주니깐 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용기를 내 고발한 미투를 모욕한 발언이다. 공인 자격을 의심케 하는 충격적인 성인지 감수성을 노정했다.

김씨의 부적절한 인식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김씨는 성폭력으로 유죄가 확정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두고 “불쌍하다. 나랑 우리 아저씨(윤 후보)는 되게 안희정 편”이라고 말했다. 김씨 자신뿐 아니라 윤 후보도 같은 수준의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있다는 말인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서울의 소리’에서 직접 공개한 미방영 녹취 추가본에는 안 전 지사 성폭력 피해자를 비난하는 내용까지 들어 있다고 한다.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다.

김씨는 이 기자에게 “(캠프로 오면) 잘하면 1억원도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경선 당시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에게 비판적인 질문을 하라고 사주하기도 했다. 후보의 배우자로서 할 일을 넘어섰다. 서울의 소리 백은종 대표는 이날 김씨가 “조국 전 장관이나 정경심 교수가 좀 가만히 있었으면 우리가 구속시키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추가로 밝혔다. 김씨는 통화 곳곳에서 ‘우리’ ‘저희’라는 말을 했는데, 김씨가 윤 후보와 더불어 상당한 역할을 했음을 뒷받침한다. MBC는 김씨가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인을 상대로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기는) 완전히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권력이란 게 잡으면 수사기관이 알아서 입건하고 수사한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미투 발언에 대해 MBC에 서면 답변을 보내 “일부 여권 진보인사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적절한 말”이었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다. 미투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에게 직접 사죄해야 한다. 이준석 당대표는 “후보자의 배우자가 정치나 사회 현안에 대해 관점을 드러내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없다”고 말했다. 공당의 대표로서 할 수 없는 말이자, 전형적인 내로남불 행태이다.

녹음파일에 대한 경쟁적인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언론이 후보와 후보 배우자를 검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검증과 보도는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무분별한 인신공격성·사생활 폭로는 자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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