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통가 해저화산
[경향신문]
피타 타우파토푸아(39)는 2018년 2월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을 빛낸 3대 스타로 꼽힌다. 성화 최종 점화자 김연아 선수, 상상 속 기이한 동물인 사람 얼굴의 거대한 새 인면조와 더불어 깊은 인상을 남긴 ‘신스틸러’였다. 체감온도 영하 7도 추위에도 웃통 벗은 전통의상 차림으로 국기를 힘차게 휘두른,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왕국 선수단의 기수. 스키 크로스컨트리 15㎞ 종목에 출전해 119명 중 114위에 그친 성적은 중요하지 않았다. 조국을 알리기 위해 겨울 없는 나라에서 겨울 스포츠에 도전한 그의 열정이 모두의 기억에 남았다. 그는 2016년 리우, 2021년 도쿄 하계올림픽 때도 통가의 기수이자 태권도 국가대표로 나섰다.
호주에 거주 중인 그 타우파토푸아가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 15일 통가 수도 누쿠알로파 북쪽 65㎞ 해역에서 해저화산이 폭발해 최악의 쓰나미가 덮치며 통신이 두절된 탓이다. 국제적십자사연맹은 통가 주민 10만6000명 중 8만명이 화산재, 침수 등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바닷속 통가 훙가 하파이 화산이 8분간 분화하며 화산재가 20㎞ 상공까지 치솟았고 반경 260㎞를 뒤덮었다. 화산 폭발 굉음이 1만㎞ 떨어진 미국 알래스카에서 들릴 정도였다. 하늘은 잿더미로 자욱하고, 육지는 화산재로 덮여 달 표면을 방불케 한다. 1.2m 높이의 쓰나미가 닥친 통가 최대 통가타푸섬에는 큰 바위와 선박들이 뭍으로 밀려들었고, 일부 작은 섬들은 바닷물에 완전히 잠긴 장면이 위성에 포착됐다. 주민들은 화산재로 수원이 오염된 탓에 극심한 식수난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호의 손길이 절실할 텐데 정확한 인명·시설 피해 상황이 파악조차 안 되고 있다니 안타깝다.
화산 기슭의 작은 섬은 2009년 솟아나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분출하기 시작했다. 지질학 전문가들은 서기 200년, 1100년대에 폭발했던 전례로 볼 때 이 화산이 당분간 계속 폭발할 수 있다고 한다. 과학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도 지진과 화산 예측은 여전히 어렵다. 무서운 것은 그 파장이 수천㎞ 떨어진 우리에게까지 닥친다는 점이다. 지구촌 재앙은 무엇이든 남의 일이 아니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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