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M]"근로자도 학생도 아닙니다"..생사의 현장에 선 실습생들

2022. 1. 1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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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에게 3학년이 되면 현장실습은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인데, 최근 5년간 다치거나 숨진 학생들이 60명 가까이나 됩니다. 지난 2017년 고 이민호 군 사망 이후 무리한 일을 시키지 못하도록 학생들의 근로자 신분을 없앴는데, 그게 약이 아닌 독이 되고 있습니다. 근로자 신분은 없어졌지만, 일은 그대로이니 근로자도 학생도 아닌 신분으로 부당한 대우는 물론 생사의 현장에 서고 있는 거죠.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요? 탐사M에선 김태림, 신용식 두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 2021년 10월 6일, 요트 선착장으로 현장실습을 나간 고등학교 3학년 홍정운 군.

원래 일은 예약 손님을 맞이하는 거였지만, 선주 지시로 예정에도 없던 요트 바닥의 따개비를 잠수해서 제거하다 바다에 빠졌습니다.

▶ 인터뷰 : 홍성기 / 고 홍정운 군 아버지 - "맨몸으로 작업을 해왔어요. 호흡 곤란이 오자 선주한테 작업복 입어야 하지 않냐…조끼는 작고 한 뼘 정도밖에 안 되는 오리발을…."

평소 물을 무서워해 스쿠버 수업도 받지 못했던 정운 군은 그렇게 8m 아래 차가운 바닷속에서 20분 넘게 사투를 벌이다 숨졌습니다.

▶ 인터뷰 : 홍성기 / 고 홍정운 군 아버지 - "사람들이 구출 작전을 하느라고… 신고부터 먼저 했다면 살 수 있었을 건데…."

위험한 실습 현장은 정운 군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일하다 큰 사고를 당하기 일쑵니다.

▶ 인터뷰(☎) : A 씨 / 특성화고 졸업생 - "죽거나 크게 다치겠다 싶어서 진짜 (유서를) 써놔야 하나 했죠. (자제 절단) 기계가 있어요. 한 번은 손가락 날아갈 뻔하고 한 번은 다리가 아예 갈렸거든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현장실습 도중 다치거나 숨진 학생은 58명.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수당을 받지 못하는 부당한 처우도 다반사입니다.

▶ 인터뷰 : B 씨 / 특성화고 재학생 - "교육부가 권고하는 사항은 (최저임금의) 70%를 제공하는 것이잖아요. 표준협약서가 그것보다 못 미치는 50만 원 정도…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요."

▶ 스탠딩 : 김태림 / 기자 -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현장실습은 본격적인 취업에 앞서 꼭 거쳐야 하는 과제 중 하난데요."

▶ 스탠딩 : 신용식 / 기자 - "위태로운 상황 속 이들을 지켜주고 보호할 방법은 없는지 한 번 살펴봤습니다."

특성화고를 졸업한 조은하 양,

후배들을 만나 자신이 현장실습 때 겪었던 부당한 대우를 조언해주곤 합니다.

▶ 인터뷰 : 조은하 / 특성화고 졸업생 - "'아침마다 커피 타와라','월급 주는 게 아깝다'…어느 날은 책을 하나 줬는데, 화학식도 있고 300p 넘는 양을 (직접 다 타이핑 하라고)"

하지만, 문제는 특성화고 실습생들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2017년 현장실습 도중 숨진 고 이민호 군 사건 이후, 무리한 근로 지시를 받지 못하도록 실습생들의 근로자 지위를 없앤 겁니다.

그런데 일은 똑같이 하면서 괴롭힘이나 임금 체불, 갑작스런 해고 조치 등의 부당한 일을 당해도 이를 구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법의 사각지대만 생긴 셈이지만, 교육 당국은 문제 지적엔 공감하면서도 실습생들의 근로자 지위를 당장 복귀시킬 생각이 없습니다.

▶ 인터뷰(☎) : 교육부 관계자 -"현장실습 갈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시작이 되는 부분이 있긴 한데, 아직은 정식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조금 미흡할 순 있다는 거죠. 중간에 미비한 부분이 있었다는 건 부정하는 건 아닌데…."

교육부가 한 달 전 현장실습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러한 빈틈은 여전합니다.

▶ 인터뷰 : 이상현 / 노무사 - "실습생도 노동법 적용을 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로자도 학생도 아닌 현장실습생들,

부당한 대우 속에 그들은 여전히 생사의 현장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탐사M이었습니다.

영상취재 : 김회종·김현석 기자, 양희승 VJ 영상편집 : 이우주, 김민지 그래픽 : 송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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