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일반 여성들의 '희로애락' 한글로 표현
내방가사와 함께 유물·잡지 등 260점 전시
시댁과의 갈등·이별이야기 등 애환 생생
격동의 시대 직면한 여성들의 삶도 담겨
12편은 처음 공개.. 14m짜리 '헌수가' 눈길
여성이 지은 가사에 ‘내방’이라는 공간적 명칭이 붙은 이유는 여성의 생활과 경험의 공간이 주로 문 안쪽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닫힌 공간에 있는 여성은 자신의 문제적 상황을 인식하고,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데 글쓰기를 활용했다. 내방은 작가의 생활공간이면서 가사의 배경이나 소재가 되는 공간인 것이다. 내방가사는 동시대를 살아가던 여성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이를 베껴 쓰거나 고쳐 쓰는 방식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지난해 12월23일부터 시작해 4월1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1794년 창작된 ‘쌍벽가’부터 21세기에도 여전히 창작되고 있는 90여편의 내방가사와 더불어, 각종 여성 생활사 유물, 여성 잡지, 여성 교과서 등 총 172건 260점의 자료를 선보인다. 전시는 ‘내방 안에서’, ‘세상 밖으로’, ‘소망을 담아’라는 제목의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내방 안에서’는 여성들이 내방에서 한글을 통해 실로 다양한 감정의 목소리를 뱉어냈음을 보여준다. 자식을 잘 키우고 집안을 일으킨 당찬 여성의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그리움에 사무치거나 창자가 끊어질 것 같은 슬픔을 겪은 여성의 애절한 목소리도 있다. 또 남성 못지않게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나, 시어머니·시누이와 겪는 갈등 등을 통해 당시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내방가사는 가사문학 가운데서도 가장 늦게 학계의 주목을 받은 만큼 아직 새롭게 다뤄야 할 부분도 많이 남아있다. 이번 전시에는 내방가사에서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남성을 화자로 한 계녀가(시집가는 딸을 가르치는 노래) ‘계녀통론’, 변형된 계녀가류로서 훈계의 말보다 딸을 시집보내는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을 담은 ‘모녀 서로 이별하기 애석한 노래라’, 갑작스럽게 죽은 딸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을 적은 ‘잊지 못할 내 딸이라’ 등 12편의 새로운 자료가 공개됐다. 한편, 현존하는 가장 긴 길이(14m)의 ‘헌수가’(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와 내방가사의 백미로 꼽히는 ‘뎬동어미화전가’(네 번 결혼하고 불에 덴 아이를 홀로 키우는 덴동어미의 비극적 삶을 그린 가사) 등도 눈길을 끈다.
한국 여성문화의 중요한 단면을 보여주는 기록물인 내방가사는 남성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한글을 활용하여 자신의 삶과 애환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기록유산적 가치를 지닌다. 한국국학진흥원과 국립한글박물관은 2019년부터 내방가사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해 협력 중이다.
글·사진=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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