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기 싫다".. 거리로 나온 소방관들

유지혜 2022. 1. 17. 18:4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더 이상 죽기 싫습니다. 우리는 불 끄는 기계가 아닙니다."

지난해 경기 이천 쿠팡물류센터와 울산 상가 화재에 이어 지난 6일 경기 평택 냉동창고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이 연이어 순직한 가운데 소방관들이 재발방지책 마련과 처우개선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현장 소방관들은 현행 보수체계가 일반행정직 중심으로 마련돼 적절한 보수가 지급되고 있지 않다며 "살아서는 마땅한 처우를, 희생을 당한 후에는 정당한 예우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방공무원노조, 대정부 규탄
"10년간 순직·극단 선택 100여명
정부, 현장 괴리 정책 내놓은 탓"
'평택 화재' 철저 진상 조사 더불어
현장 매뉴얼 보완·처우 개선 요구
17일 오후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공노총 소방노조 대정부 규탄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 이상 죽기 싫습니다. 우리는 불 끄는 기계가 아닙니다.”

지난해 경기 이천 쿠팡물류센터와 울산 상가 화재에 이어 지난 6일 경기 평택 냉동창고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이 연이어 순직한 가운데 소방관들이 재발방지책 마련과 처우개선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평택 사고와 관련해 노조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 구성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되풀이되는 소방관의 죽음을 멈출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은 17일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대정부 규탄대회를 개최하고 재해·재난 현장에서 소방공무원의 희생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조 측은 집회 후 청와대에 소방공무원 처우개선 요구 등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으며, 집회에 참석한 소방관 250여명은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도보 행진을 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현장에서 순직하거나 화재현장 트라우마로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관은 100명 이상이다. 지난해 공무 중 부상을 입은 소방공무원도 1004명에 달한다. 정은애 소방노조 위원장은 “현장에서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 소방관들의 희생이 이어지는 것은 정부에서 현장 상황과 괴리된 면피성 정책만 내놓기에 급급한 탓”이라며 “재해·재난 현장에서 소방관의 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종합 대응 매뉴얼을 보완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7일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공노총 소방노조 대정부 규탄대회에 참석한 소방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 소방관들은 현행 보수체계가 일반행정직 중심으로 마련돼 적절한 보수가 지급되고 있지 않다며 “살아서는 마땅한 처우를, 희생을 당한 후에는 정당한 예우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김길중 소방노조 서울지부장은 “위험 최전선에 있는 소방관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엔 그 어떤 불만도 없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일한 만큼 적정한 보수를 받고 싶다”면서 “정부는 잘못된 보수체계를 뜯어고쳐 제대로 된 보상과 국민 안전을 위해 희생한 자에 대한 예우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소방관들은 무한 반복되는 동료의 죽음과 소방관이 재난극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가는 현실을 무기력하게 목도해왔다”면서 “노조가 참여하는 평택 사고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엄정한 책임을 묻고, 현장지휘관의 능력 강화와 전문성 확보를 위해 소방행정과 현장대원을 분리 채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또 △국가 소방조직에 부합한 완전한 국가 소방조직 마련 △소방공무원 연금 혜택 불평등 해소 △소방공무원 공상추정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17일 오후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공노총 소방노조 대정부 규탄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도 현장지휘관의 능력을 강화하고 소방장비를 현대화해 반복되는 비극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원배 초당대 교수(소방행정학)는 “소방간부후보생제도나 인사 제도상 문제로 지휘관의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무리한 현장활동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현장 경험이 풍부한 소방관이 간부가 되는 체계를 만들고, 위험 정보를 제대로 파악·분석해 현장지휘 작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소방관이 들어가기 힘든 위험한 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드론이나 인명수색 로봇 등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면서 “기술개발과 함께 내부 지휘체계 강화 등 시스템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평택 화재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날 소방관 3명이 순직한 냉동창고 건물 1층 바닥 미장 작업 업체 2곳을 압수수색했다. 시공사와 감리업체, 발주처 등 압수수색에 이은 세 번째 강제수사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화재 원인을 단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확보한 자료를 통해 미장 작업과 화재의 연관성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지혜·장한서 기자, 수원=오상도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