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탈원전에 '소형원전' 미래 캄캄하다

이준기 2022. 1. 1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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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최근 글로벌 원자력 업계의 핫 이슈는 전기출력 300㎿ 이하의 '소형모듈원자로(SMR)'로 불리는 소형원전일 것이다. 수십년 간 원자력 업계를 군림해 온 대형원전의 자리를 소형원전이 꿰차며 몸값을 높이고 있다. 탄소중립, 기후변화 등 급변하는 글로벌 에너지 환경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원자력 발전이 다시금 주목받자, 대형원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성과 경제성, 유연성이 뛰어난 소형원전이 미래 원자력 산업의 기린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소형원전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탈원전의 길을 선택했던 미국이 최근 원전 투자를 재개한 밑바탕에는 소형원전이 자리하고 있다. 기술개발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미국은 2020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표준설계인가를 받아 2029년까지 아이다호주에 소형원전을 건설키로 하는 등 미래 소형원전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질세라, 전통적인 원전 선진국인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도 소형원전 기술개발에 국가적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해상부유식 원전을 도입해 상업운전을 할 정도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야말로 앞으로 펼쳐질 소형원전 기술패권 경쟁에 원전 선진국들이 사활을 건 치열한 기술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소형원전 종류만 70여 종이 넘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소형원전 시장이 본격 열리는 2030년에는 대략 5∼6개 기술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탈원전 기조 속에서 지난 5년 간 원자력 산업 생태계가 무너져 내린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그나마 정부 차원에서 '혁신형 SMR(i-SMR) 개발사업'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천만다행이다. 상반기 중 예타 결과가 나오면 본격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소형원전 개발에도 탈원전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 우려스럽기만 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고수 때문에 소형원전 개발 이후 국내에서 실증 또는 건설하지 않고 해외 수출만 하는 어정쩡한 사업으로 전락해 버렸다.

탈원전 프레임에 갇힌 이번 정부가 5년 내내 국내에는 상용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해외 수출을 위해 '원전 세일즈'에 나서는 모순적 행태를 그대로 소형원전 개발에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서 사실 우리나라는 소형원전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개발하기 시작한 국가였다. 25년 전인 1997년부터 소형원전의 모태격인 '소형 일체형 원자로(SMART)'을 시작했다.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과 혜안이 우리 원자력계에 있었기에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정부의 탈원전 기조 속에서 국내 실증과 건설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기술은 사장돼 갔다. 그런 사이 정부의 소극적 지원과 늑장 대응이 더해져 성사 단계에 놓였던 사우디아라비아 SMART 수출도 흐지부지 됐고, 지금은 미국에 수출 주도권을 뺏길 우려마저 안고 있다.

이처럼 지난 5년 간 굳건하게 쌓아 놓은 탈원전 장벽 때문에 우리가 소형원전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과연 수출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실제로 써 보지 않고, 다른 나라에 수출하겠다는 발상이 참으로 퇴행적이지 아닐 수 없단 생각에 우리나라 미래 원자력이 암담하기만 하다.

대선 2개월을 앞두고 각 당 대선 후보들의 공약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감(減) 원전' 정책을 제시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든, '탈원전 복원'을 외치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든, 원전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에서 잠시 한 발 비켜서 우리가 미래 원전의 게임 체인저인 '소형원전 선도자'로 나아가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유럽 순방길에 자국의 소형원전 개발기업인 미국 뉴스케일사의 사장을 동반해 해외 세일즈에 나설 정도로 국가 차원의 강력한 지원을 받으며 미래 소형원전 시장 선점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차기 정부는 소형원전이 붕괴돼 가고 있는 국내 원자력 산업 생태계를 복원하고, 미래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미래 선도 기술이자 국가필수전략기술이 될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준기기자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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