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번호 아니었어?..점점 교묘해지는 금융사기

전화번호 바꾸는 중계기 설치한 외국인 '구속'

(전주=뉴스1) 이지선 기자 = 인터넷전화를 일반전화로 둔갑시키는 '변작 중계기'를 이용해 통신금융사기 범죄에 이용한 30대 외국인이 붙잡혔다.

전북경찰청은 A씨(30)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14일 진안군의 한 주택에서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를 활용해 발신 번호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A씨는 당시 진안의 친척집에 방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소지하고 있던 변작 중계기 4대 등을 압수했다.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는 해외에 있는 사람이 인터넷 전화로 발신하면 국내 수신자에게는 국내 전화번호인 것처럼 바꿔 표시해주는 기계다. 'VolP(Voice over Internet Protocol) 게이트웨이' 또는 '심(SIM)박스'라고 불린다.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이 기계를 통하면 '010'으로 바뀌어 표시되기 때문에 의심을 덜 받게 된다.

대부분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사람들이 국제전화나 인터넷 전화번호가 뜨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중계기를 범행에 이용하고 있다.

주로 SNS 등에 '서버관리인 모집' 등의 고액 아르바이트 자리를 홍보한 뒤 주거지에 중계기 설치를 유도하는 수법이 사용된다.

A씨 역시 중국에 본거지를 둔 조직으로부터 하루 20만원 상당을 받기로 약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조사에서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일을 하긴 했지만 돈을 받아본 적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통신금융사기는 기술을 사용하는 특성상 범행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며 "A씨 조직에 대한 수사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letswi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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