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11일, 14일, 17일.. 횟수는 늘고 간격은 줄고 北 도발 '일상화'

박수찬 입력 2022. 1. 1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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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서 탄도 2발.. 2022년 들어 4번째 발사
합참 "비행거리 380km·고도 42km 탐지"
美 제재 압박에 또다시 무력시위 감행
北 매체, 南 훈련 비난하며 책임 전가
남북관계 연일 강대강 구도로 치달아
文정부내 종전선언 물거품 가능성 커
北, 국경 개방·연쇄 도발 '투트랙' 행보
몰아치기 이후 소강·대화국면으로 전환
대남·대미 협상서 몸값 올리기 분석도
지난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전용 차량 안에서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장면을 지켜보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12일 보도했다. 발사 장소는 자강도로 알려졌다. 조선중앙TV 화면
1월 5일, 11일, 14일, 17일. 북한이 신년 들어 미사일 발사 횟수는 늘리고 간격을 줄이고 있다. 17일 올해 들어 네 번째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쐈다. 북한이 발사 간격을 줄여온 것도 문제이지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제재에 나서며 압박 의지를 보이자 다시 무력시위를 감행했다는 점에서 한반도에 한파와 냉기가 가득해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8시50분과 8시54분쯤 평양시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동북쪽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비행거리는 약 380㎞, 고도는 약 42㎞로 탐지됐다. 속도는 마하5 안팎으로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해상에 있는 알섬 일대로 날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사는 지난 14일 열차에서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쏜 지 사흘 만이다. 2017년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이후 약 5년 만에 평양 인근 순안비행장에서 발사한 미사일이기도 하다. 수도인 평양 인근에서 미사일을 쏴도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한반도 유사시 순안비행장 일대에서도 평택 주한미군 기지, 세종시, 계룡대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군 당국은 북한의 이번 발사가 성능 향상을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동해상 표적을 선정해 연속 발사 능력과 정확도를 향상하기 위한 시험발사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쏜 미사일 종류는 밝히지 않았으나 KN-23을 다시 발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전엔 발사 간격이 11분이었던 것과 달리 이날은 4분으로 단축된 것으로 볼 때 열차보다는 이동식 발사차량(TEL)을 통한 2발 연속 발사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적막감 흐르는 북녘 북한이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17일 인천 강화군 접경지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의 한 지역에 적막감이 가득하다. 강화=하상윤 기자
중동 3개국 순방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상황을 보고받은 뒤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지시했다. 서 실장을 비롯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들은 상임위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NSC 상임위원들은 회의 이후 “북한이 올해 들어 네 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하는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그 배경과 파장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 상황이 더 이상 경색되지 않고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화를 조속히 시작하는 것이 긴요하다”며 “북한을 비롯해 유관국들과 관련 노력을 배가하기로 했다”고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주변 정세에 ‘강대강’ 구도를 야기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종전선언 도출을 위한 마지막 노력을 경주했던 문재인정부로서는 악재 관리에 진력을 쏟아야 할 상황이다. 북한은 신년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국방력 강화 의지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폐쇄된 국경을 일부 개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이와 별개로 무력시위는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종전선언은 더욱 흐릿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올해 들어 네 차례다. 외부에서 보기에도 숨가쁠 정도였다. 먼저 5일과 11일엔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이 신규 대북제재를 내세우자 북한은 반발 차원에서 지난 14일과 이날 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국제사회와 별개로 자신들의 국방력 강화 계획은 변함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새해 들어 이뤄진 연이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두고 한국과 미국이 ‘무력도발’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이중기준’라고 비판하고 있다.

북한은 이와 함께 지난해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제기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일정대로 차질 없이 끌고 나가는 데 앞으로도 전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선전매체도 한국의 군사훈련과 국방계획 등을 지적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반도 정세 긴장의 책임을 남측으로 전가하는 주장도 나왔다.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최근 남조선(한국)에서 화약내가 물씬 풍기는 전쟁 연습이 매일과 같이 감행되고 있어 내외의 커다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며 “실로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의 정세 불안정을 몰아오는 무분별한 군사적 망동”이라고 주장했다.

한반도 정세가 ‘강대강’ 구도로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려는 종전선언은 사실상 무산의 길로 들어섰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분명한 것은 이번 정부에서 종전선언은 없을 것”이라며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더욱 강력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을 보면 북한은 앞으로도 계속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개발한 극초음속미사일이 지난 5일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미사일 발사와 국경개방의 ‘투트랙’ 행보

북한은 무력시위와 별개로 코로나19로 봉쇄했던 국경을 개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백신 도입을 위한 협의에 나서는 조짐을 드러내는 등 ‘투트랙’ 행보를 걷고 있다.

북한 당국은 전날 중국 단둥으로 화물열차를 보내 생필품과 의약품 등 긴급물자를 싣고 돌아왔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째 국경을 봉쇄했으며, 북·중 화물열차도 2020년 여름 이후 약 1년반 동안 중단됐다. 올해 들어서는 ‘선진적인·인민적인 방역’을 내세우며 철저하게 봉쇄했던 국경봉쇄를 완화하고, 국제사회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지원받을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유엔 측이 지난해 10∼11월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6000만회분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며, 김 대사가 이를 평양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김 대사는 당시 유엔 등에 지원받을 수 있는 백신이 화이자 제품인지 모더나 제품인지를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여건으로 불 때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으로 표출되는 ‘강대강’ 흐름과는 별개로, 국경봉쇄 완화와 코로나19 협력 등 지금보다 더 개방적인 대외 행보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연이은 무력시위 배경엔 향후 대남, 대미 협상에서 몸값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목적도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017년 당시처럼 1월 몰아치기 이후 소강상태 혹은 대화국면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2월 16일 80주년인 김정일 생일을 앞두고 체제결속 도모와 평화공세로의 전환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예상했다.

박수찬·김범수·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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