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는 기계 아냐, 죽기 싫다" 방화복 입은 소방관들 거리 나섰다

강우량 기자 2022. 1. 1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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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인근에서 전국에서 모인 소방관 299명이 '재해, 재난 현장에서 이어지는 소방관 희생 대정부 규탄 대회'를 열고 있다./ 장련성 기자

17일 오후 2시 20분쯤,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 눈발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소방관들이 방석을 깔고 도로 위에 열을 맞춰 앉기 시작했다. 이들 손에는 ‘더 이상 죽기 싫다’ ‘우리는 불 끄는 기계가 아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소방노조) 주최로 열린 대정부 규탄대회에 참여한 소방관들이었다. 방화복을 갖춰 입은 소방관 30여명은 대열의 맨 앞에 자리했다. 인천에서 근무하는 30대 소방관 A씨도 방화복을 갖춰 입고 대열 앞으로 나섰다. A씨는 “순직하는 동료들을 보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며 “순직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소방노조는 이날 오후 2시 30분 집회를 열고 잇따른 소방관 순직 사고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작년 6월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울산 상가건물 화재에서 각기 1명의 소방관이 순직한 데 이어, 지난 6일 경기 평택 냉동창고 화재로 소방관 3명이 순직하자 현장에서 일하는 소방관들이 거리에 나선 것이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과 전북, 인천 등 전국 각 지역에서 온 소방관 299여명은 “더 이상 죽기 싫다 대책을 마련하라” “잇따른 순직에 현장은 분노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 연대사를 맡은 정은애 소방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6월부터 1월까지 벌써 5명의 소방관이 화재 진압 도중 순직했다”며 “정부와 소방당국이 소방관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정책보다 책임 회피를 위한 면피성 대책만을 내놓기 급급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방관들은 집회 도중 두 손을 하늘로 뻗어 순직한 동료들을 기리고 묵념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어 이상수 소방노조 부산본부 사무처장과 정은희 전북본부 조합원이 결의문을 낭독했다. 소방관들은 결의문에서 “최근 10년간 한해 평균 공상 처리된 사상자가 572명에 달한다”며 “국민의 안전은 소방관의 피와 목숨을 대가로 지켜졌다”고 했다. 이들은 평택 화재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더불어 소방행정과 현장대원 분리 채용, 온전한 국가 소방조직 마련, 소방공무원 공상추정법 도입, 그리고 소방공무원 연금과 보수체계 개선 등을 요구했다.

이후 집회에 참여한 소방관들은 효자치안센터에서 경복궁역을 거쳐 정부서울청사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이들은 행진 중간마다 “반쪽짜리 국가 소방공무원 온전한 국가직으로 만들어라” “소방의 희생과 헌신에 최고의 예우로 보답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정 위원장 등이 정부 관계자에게 의견서를 전달하면서 집회는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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