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더 걷혔다고 '실무진 물갈이'?.. 홍남기, 책임론 확산에 꼬리 자르기

세종=전준범 기자 2022. 1. 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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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에 '역대 최대 오차'라는 불명예를 안긴 작년 초과세수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홍 부총리는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재부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세수 오차가 크게 난 부분에 대해 여러 차례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엄중하게 생각한다"며 "근본적인 제도 변화를 수반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세제실 (개혁)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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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결손 아닌데..초과세수 사과하며 세제실 개혁 예고
홍남기 "세제실 소통에 취약..외부 실·국과 인사 교류"
"여당 요구하는 추경 재원 만들지 않아 징계하는 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세수 추계 오류 논란의 해법으로 ‘세제실 개혁’이라는 처방을 내놓았다. 세수가 예산 편성 당시 전망보다 더 많이 걷혔다는 이유로 세금 정책을 입안하는 기재부 세제실 국·과장 간부들을 인사 조치하겠다는 의중을 내놓은 것이다. 세금이 전망보다 덜 걷힌 세수결손이 발생한 것도 아니고, 더 걷혔다는 이유로 세제실 간부를 문책하겠다는 의미다.

정부 안팎에서는 “세수 관련 총괄 책임자는 홍 부총리 자신인데 아래 실무자들을 문책하며 꼬리 자르기에 나선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재부가 선거용 추가경정예산(추경)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민주당 측의 불만을 세제실에 대한 인사 조치로 달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초유의 ‘초과세수발(發) 1월 추경’ 책임을 직원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홍 부총리는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재부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세수 오차가 크게 난 부분에 대해 여러 차례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엄중하게 생각한다”며 “근본적인 제도 변화를 수반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세제실 (개혁)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2차 추경 편성 당시 31조6000억원의 초과세수를 반영한 데 이어 작년 11월 19조원의 초과세수를 한 차례 더 반영한 바 있다. 지난해 세입 규모가 본예산(282조7000억원) 당시 전망치를 이미 50조원 이상 넘어섰다는 말이다. 여기에 다음 달 발표되는 12월 세수까지 포함하면 연간 초과세수는 본예산 전망치 대비 6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세수 오차는 21.4%로, 1990년(19.6%) 이후 가장 커지게 된다.

홍 부총리는 현재 세수 전망에 사용되는 추계 모형이 적절하냐는 외부 지적과 함께 기재부 세제실 인력 운용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세제실에 세제 전문가만 모이다 보니 소통에 취약한 부분이 있다”며 “세제가 복잡하다 보니 세제실 사무관이 그대로 과장과 국장으로 올라가는 구조가 고착화했고, 외부 칸막이로 작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 부총리는 “예산실처럼 예산심의회 같은 걸 만들어 다수의 지혜가 축적되는 공간을 만들고, 외부 실·국과 인사 교류의 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세제실 홀로 해온 세수 추계 업무를 앞으로는 여러 실·국장과 과장들이 함께하는 회의체를 통해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관가 안팎에서는 홍 부총리의 이런 발언이 아래 실무진에 대한 책임 전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야당 경제통 의원은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국가재정법과 정해진 절차에 따라 국가 채무를 상환하고 나머지를 추경으로 사용하면 된다”며 “초과세수를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다고 인사 조치를 하겠다는 것은, 민주당이 요구하는 추경 재원을 만들지 않았다고 징계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국가재정법 제90조에 따르면, 계획보다 초과로 징수된 세금(세계잉여금)이 생기면 해당 연도에 발행한 국채를 먼저 갚아야 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 원칙을 저버리면서까지 ‘가불 추경’으로 정부가 ‘이재명 선거운동’에 앞장서고 있는데도, 여당과 이재명 후보는 성이 차지 않는가 보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출입기자들에게 올해 1분기 중 세수 추계 모형을 보완하겠다는 말도 했다. 매년 오차 허용 기준을 미리 정해두고,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강력한 권고 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조세 형평성을 어느 정도 충족했는지 5단계(A~E등급)로 평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평가는 세제실이 자체적으로 한다.

홍 부총리는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해 만든 제도는 아니다”라며 “외국의 경우 세수 오차가 크게 나자 9인 위원회를 만들어 6개월 동안 원인 조사를 했다. 우리도 이런 게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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