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치 넘었다..'코로나 추경' 2년새 130조
작년 재난지원금 살포 이어
선거철 맞아 다시 추경 카드
설 추경 14조 정부안에
與 "지원 규모 더 확대해야"
쌓여 가는 나랏빚은 뒷전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부터 현재까지 편성한 추경 규모는 총 116조6000억원이다. 2020년 네 차례에 걸쳐 66조8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한 정부는 지난해 두 번에 걸쳐 49조8000억원을 편성했다. 현재 정부가 다음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14조원 추경까지 합하면 코로나19 이후 누적 추경 규모는 130조6000억원이 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소상공인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논의 과정에서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 이번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 코로나19 이후에만 7번의 추경을 집행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국가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대규모 추경을 편성해 왔다. 2000~2019년 20년간 추경 규모는 총 12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최근 2년간 추경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 20년간 추경이 없었던 해가 5개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거의 매년 추경이 편성됐음에도 최근 2년 치 추경보다 규모가 작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당이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등 피해계층에 선별적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견을 매번 무시하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추진해 국가 재정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여당이 2020년 4월 총선 직전에 14조원 규모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약속하며 추경을 선거에 활용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선거 국면에서 퍼주겠다는 여당에 반대를 하지 못하는 야당의 모습 등 정치권 전반의 포퓰리즘에 제동을 걸 장치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진단이 나온다.
결국 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2017년 660조2000억원이던 국가 채무는 5년간 400조원 이상 늘어 올해 본예산 기준 1064조4000억원까지 불어났다. 국민 1인당 국가 채무는 2081만원으로 올해 처음 2000만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최근 국세 규모가 늘어나긴 했지만 총예산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매년 100조원씩 국가 채무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대부분 적자국채를 재원으로 한 무분별한 추경으로 국민 부담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당은 추경 규모를 늘릴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17일 민주당과 정부는 오전 비공개 당정협의를 열고 구체적인 추경 규모와 내용을 논의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추경안 처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늦어도 임시국회 안에 처리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의장은 "기준점을 50조원, 25조원에 두고 14조원이라고 하니 적다는 지적이 있는데, 세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지원 대상을) 넓히는 것에 대해 전체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추가 방역지원금 지급 대상 320만명, 지급액 300만원을 각각 더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 측은 이번 추경이 1차적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320만명이 대상인데,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공연·문화예술계를 비롯해 연 매출 10억원 이상의 자영업자 등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뜻을 정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이를 위해 최소 추경 금액이 20조원 이상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가 제출한 추경 규모가 유지될 필요가 있고, 국회에서도 정부 입장이 존중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4일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하기 위해 정부는 앞선 추경 편성 과정에서 거쳤던 청와대 사전협의나 당정협의를 생략하고 정부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운 기자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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