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머리 숙인 정몽규 회장, 신뢰회복 길 멀다

2022. 1. 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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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현대산업개발은 환골탈태하는 자세로,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학동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17일 광주시청 앞에서 '현대산업개발 퇴출과 정몽규 회장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개발로 시작해 아이파크 브랜드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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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타이레놀 사례가 교훈
소비자 감동할 행동 보이길
17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학동참사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현대산업개발 퇴출과 정몽규 회장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9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학동 참사'에 이어 7개월 만인 지난 11일 신축공사 중이던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를 일으켜 지역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사진=뉴스1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책임을 진다는 뜻에서다. "안전에 문제가 있으면 아파트를 완전 철거한 뒤 재시공하는 방안까지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에 있는 HDC현산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 11일 광주에선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축 중인 아파트에서 외벽이 무너져내렸다. 이튿날인 12일 유병규 HDC현산 사장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닷새 뒤 HDC그룹 총수인 정 회장이 다시 머리를 숙였다. 정 회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현대산업개발은 환골탈태하는 자세로,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HDC그룹은 재계순위 28위(2021년 기준)의 대기업집단이다.

정 회장 앞에는 가시밭길이 놓여 있다. 무엇보다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작년 6월 광주 학동 참사가 터졌을 때 정 회장은 광주 현지에서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전사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화정아이파크 사고로 약속은 빈말이 됐다. 학동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17일 광주시청 앞에서 '현대산업개발 퇴출과 정몽규 회장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번 사고는 한국 산업안전 역사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안전불감증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결정적인 계기는 2014년 세월호 참사다. 2018년 하청노동자 김용균씨의 사망도 안전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웠다.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에서 국회는 작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고, 1년 유예를 거쳐 오는 27일부터 법이 본격 시행된다. 법에 대한 찬반을 떠나 산업안전은 이제 어떤 기업도 무시할 수 없는 경영의 핵심 변수로 등장했다. 재해가 잦은 건설업계는 특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정 회장과 HDC현산이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 사례에서 교훈을 찾길 바란다. 존슨앤드존슨은 기업 위기관리의 교과서로 꼽힌다. 1982년 타이레놀이 독극물 논란에 휩싸였고 사망자도 발생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사망자가 발생한 시카고 지역 타이레놀만 거둬들일 것을 권했다. 그러나 회사는 당국의 권고를 뛰어넘어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이미 배포된 제품 3100만병을 전량 회수했다. 소비자는 감동했고, 회사에 대한 신뢰는 더욱 높아졌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개발로 시작해 아이파크 브랜드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왔다"고 말했다. 그 명성을 이어가려면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 존슨앤드존슨은 소비자의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과잉' 대응했고, 타이레놀 시장점유율은 1년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 정 회장은 "화정지구 아파트를 광주에서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좋은 아파트로 만드는 것이 저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제 광주시민 나아가 전국민 앞에서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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