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 귀순' 보도에 가려진 진실들

한겨레 2022. 1. 1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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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탈북 청년.

탈북 1년 만에 다시 죽음을 무릅쓰고 자신이 넘어왔던 휴전선 철책을 넘어 고향으로 돌아갔다.

보수 언론들은 탈북민의 월북 동기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간첩 가능성에만 무게를 두어 기사를 다뤘고 일부 보수 탈북민들과 유튜버들은 아예 그를 간첩으로 몰았다.

탈북민들에게 차별의 언어를 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정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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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조경일 |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

30대 탈북 청년. 탈북 1년 만에 다시 죽음을 무릅쓰고 자신이 넘어왔던 휴전선 철책을 넘어 고향으로 돌아갔다. 모든 관심은 일제히 “점프 귀순” “매번 뚫리는 철책” “허술한 군 경계망”에 초점이 모아졌다. 보수 언론들은 탈북민의 월북 동기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간첩 가능성에만 무게를 두어 기사를 다뤘고 일부 보수 탈북민들과 유튜버들은 아예 그를 간첩으로 몰았다. 떠나간 이는 더 이상 말이 없으니 온갖 소설이 난무했다.

자신이 떠나온 원래 자리로 돌아간 사건이다. 그는 결국 한국 사회 정착에 실패하여 다시 고향을 찾아 철책을 넘었다. 우리는 여기서 “왜?”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한다. 갑자기 주어진 자유의 섬에 고립된 청년의 마음을 상상해보라.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통일부가 지난 6일 발표한 ‘2021년 하반기 북한이탈주민 취약계층 조사·지원 결과’를 보면 남한 사회에 내려와 살며 정서적·심리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한 탈북민이 47%에 달했다. 실제로 많은 탈북민이 정서적 불안과 외로움을 겪고 있으며 차별과 편견에서 비롯한 거대한 벽에 마주하게 된다. 휴전선 철책을 단숨에 넘었던 그 강인한 정신력도 자신을 이방인으로만 대하는 차가움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다시 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18%나 된다. 탈북민들이 처한 냉혹한 현실이다.

물론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해서 살아가는 탈북민은 그렇지 않은 탈북민보다 많다. 하지만 30대 청년의 월북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는 미처 보지 못했던 사각지대를 향해 끊임없이 따뜻한 손길을 뻗어야 한다. 탈북민들에게 차별의 언어를 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정착할 것이다.

기존 획일화된 탈북민에 대한 관점과 접근 방법도 수정이 필요하다. 탈북민이라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경험과 기대로 한국에 온 것이 아니다. 북에서도 넉넉히 살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온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기대와 달리 울타리처럼 높이 쳐진 우리 사회의 벽과 마주하면 차라리 다시 북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런 탈북민이 정착에 실패하는 이유는 경제적 지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견고해지는 타자화를 이겨내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면 먼저 대한민국에 입국할 때 초기 정착기관 구실을 하는 하나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환영받을 수 있다고 믿고 온 사람들이 마주하게 될 냉혹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미리 정착한 탈북민들의 삶에 대해 있는 그대로 말해야 한다. 그리고 정서불안에 대한 심리상담, 트라우마 치료, 민주시민교육, 직업교육 등으로 하나원 과정을 개편하고 퇴소 후 하나센터와 연계하여 초기 정착 지원에 집중할 것을 제안한다.

새해 벽두 30대 청년의 월북은 우리 사회가 통일을 마주할 준비가 아직 안 됐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정착에 실패하는 탈북민이 많아질수록 통일은 더 멀어진다. 탈북민들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통일이 먼 나라의 이야기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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