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커피원두 유통까지 척척..월마트가 반한 한국기업은

정혁훈 2022. 1. 1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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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트릿지 폭풍성장
그린랩스 1700억 투자유치

◆ 2022 신년기획 데이터 농업 혁명 ① ◆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에 가뭄과 냉해가 겹치면서 지난해 커피 생산량이 30% 이상 급감했다. 그러자 커피 원두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치솟았다. 브라질 커피 원두를 수입해오던 전 세계 모든 유통업체와 식품업체에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물량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게 더 문제다. '모자란 커피 원두를 어디서 구해야 하지?' 이런 고민에 빠진 농산물 바이어가 서둘러 찾는 업체가 있다. 바로 한국의 스타트업 '트릿지'다.

바이어가 브라질산 원두를 대체해 구매할 곳을 문의하면 트릿지는 자체 보유한 세계 농산물 산지·작황·가격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거래처를 알선한다. 제시된 산지와 물량, 가격을 바이어가 받아들이면 트릿지는 자체 구축한 세계 물류망을 활용해 해당 유통·식품업체에 새로운 커피 원두를 공급해준다.

트릿지가 이런 식으로 올리는 매출이 현재 월 200억~3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전체 고객의 90% 이상이 월마트, 카르푸, 네슬레 같은 세계적 기업이다. 거래 증가세에 가속이 붙고 있어 올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포레스트파트너스에서 700억원을 투자받을 때 인정받은 기업가치를 감안하면 '유니콘'(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 도달은 시간문제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안해 농업 플랫폼 분야에서 일대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그 핵심에는 빅데이터가 있다. 농업 관련 데이터로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사업모델을 창안한 트릿지를 비롯해 디지털 농업 플랫폼으로 농업인의 부가가치를 올려주는 '그린랩스', 가락시장과 같은 공영도매시장에 디지털 거래를 도입한 '푸드팡'이 이 분야의 대표적인 농업 스타트업들이다.

그린랩스는 17일 시리즈C 투자로 1700억원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BRV캐피털매니지먼트 1000억원, SK스퀘어 350억원, 스카이레이크가 350억원을 투자했다. 누적 투자유치 금액이 2100억원에 달한다. 국내 농업계 최대 규모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혁신적 스타트업들이 농업에서 빅데이터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데이터 농업 선진국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린랩스는 농업인들이 회원으로 가입하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농민들은 그린랩스 플랫폼 '팜모닝'을 통해 날씨, 병충해, 농약, 농기계, 스마트팜 등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재배 작물에 정부가 어떤 보조금을 지원하는지 관련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농산물 유통 채널도 팜모닝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팜모닝 서비스가 시작된 지 1년6개월밖에 안 됐지만 현재 회원은 50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농가 수가 100만개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가입률이다.

아울러 기라성 같은 해외 유통·식품업체들이 트릿지와 거래하는 이유는 그동안 축적해온 농산물 15만종에 대한 빅데이터 때문이다. 유통·식품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농산물에 대해 산지·작황·가격 등 데이터를 보유한 곳은 트릿지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전 세계 식품·유통업체 40만개가 회원으로 가입한 것은 트릿지가 제공하는 데이터가 '원 앤드 온리(One&Only)'라는 점을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호식 트릿지 대표는 "플랫폼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매니저(세계 공급망 관리자)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드팡은 가락도매시장과 식당을 연결하는 식자재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의 핵심인 가락시장은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에 의해 운영된다. 가락시장 내 도매시장법인 6곳이 농산물을 경매에 부치면 1300여 곳에 달하는 중도매인이 이를 낙찰받아 중간 유통상이나 소매상, 식당 등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푸드팡은 중도매인과 식당 간 거래를 디지털화하는 플랫폼을 고안했다. 식당이 영업을 마치고 푸드팡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오후 10시까지 식자재를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식당의 냉장·냉동고에 해당 식자재를 넣어준다. 편의성이 높다 보니 현재 푸드팡 서비스를 이용하는 식당이 5000여 곳으로 늘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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