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1호 될라" 중대재해법 시행 직후 건설현장 멈춰선다

김동은 2022. 1. 1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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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례땐 여론재판 불보듯"
명절포함 최장2주간 중단도
업계 "명확한 기준 없어 불안
면책조항 등 입법 보완해야"

◆ 광주 아파트 붕괴 후폭풍 ◆

오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맞춰 주요 건설사들이 대부분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중단한다. 행여 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 적용 첫 번째 사례가 되는 부담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건설사들은 앞서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 사고를 예로 들며 '여론 재판'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반도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은 27일 또는 그 직후부터 설연휴 기간까지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설이나 추석연휴 기간은 원래 근로자들의 고향 방문 등을 위해 시급하지 않은 현장은 작업을 멈추곤 했다"며 "올해는 안전점검과 교육 일정 등이 있어 기간을 조금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DL이앤씨 역시 27일부터 같은 기간 작업을 멈출 예정이다. 이 밖에 GS건설 반도건설 등은 설연휴가 시작되는 29일부터 2월 6일까지 공사 진행을 멈추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기 단축 등을 이유로 휴일을 제외하고는 토요일이나 연휴 전후 작업을 이어가는 사례가 많았다"며 "올해는 중대재해법 영향으로 확실히 설연휴 전후 작업을 중단하는 기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공사기간이 늘어나는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사를 중단하는 이유는 새로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의 첫 사례가 돼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첫 번째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건설사가 되면 처벌 수위 등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게 될 것"이라며 "자칫 고용노동부나 수사기관이 여론의 압박 때문에 더 엄격히 법을 적용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건설사들은 중대재해법 시행에 맞춰 안전 시스템 개편에도 주력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말 2개팀으로 구성됐던 안전환경실을 7개팀으로 확대 개편하며 부서 이름도 안전보건실로 변경했다. 포스코건설 역시 안전보건센터 소속 부서를 2개에서 4개로 늘리고 담당 임원을 실장급에서 본부장급으로 격상했다.

롯데건설은 안전보건 부문 조직을 '안전보건경영실'로 높이고 안전보건운영팀 예방진단팀 교육훈련팀 3개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건축·주택·토목·플랜트 등 각 사업본부 내에 본부장 직속 안전팀을 별도로 신설하기도 했다. 호반건설은 최고안전책임자(CSO) 직책을 신설해 허옥 부사장을 선임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건설사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중대재해법과 시행령은 '경영책임자 등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어떤 조치를 어느 정도로 준비해야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다고 보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국민 여론이나 정권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잣대가 오락가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면책 조항 신설 등 대대적인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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