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訴 남용에 4천억 재정누수..복지부, 제약사에 칼 빼들었다
약가 인하에 관한 제약사들의 무분별한 집행정지 신청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심해지자 정부가 관련 규정을 고쳐 손실을 틀어막기로 했다.
17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 주요 내용은 제약사가 약가 인하 등 처분에 반발해 정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제약사의 손을 들어줬을 때 제약사가 처분으로 입은 손실액을 정부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표면적으로 제약사 손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제약사들의 과도한 집행정지 신청을 예방해 건보 재정 손실을 막는 조치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법원에 '정부가 손실액을 지급할 수 있으니 집행정지 인용률을 낮춰달라'는 신호를 주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제약사들이 건보공단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은 44건이다. 이 가운데 종결된 것은 17건으로, 이 중 13건은 건보공단이 승소했다. 확정 판결을 받기까지 제약사들은 보험 급여 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한 건보 재정 누수는 최근 5년간 4088억원에 달했다.
당초 복지부는 제약사가 패소할 경우 집행정지 인용으로 얻은 이익을 토해낼 수 있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처리를 추진했다. 하지만 건보법 개정안은 지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 모두 "재판권을 침해한다"는 등 이유로 반대하면서 통과되지 못했다.
[이희조 기자 /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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