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노래에 반주가 착 감길 때 희열 느껴요"

오수현 2022. 1. 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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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발레·교향악 전천후 지휘자 김광현
합창전문 지휘자 아버지
성악가 어머니 덕분에
오페라 비디오 보며 성장
"단원과 소통 능력이
좋은 음악 비결이죠"
"발레 솔로와 군무의 템포와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무용수를 배려하는 지휘자."(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

김광현(40)은 교향곡과 발레, 오페라 모두를 이끄는 '수륙양용' 지휘자다. 국내 지휘자들 연주곡은 교향곡과 협주곡 같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에 국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유럽과 미국에선 오페라와 발레 음악까지 지휘할 수 있어야 진정한 지휘자로 인정받는다. 오페라·발레는 무대 위 가수·무용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고 극의 흐름을 따라가야 해 순발력과 빼어난 음악적 감각을 요구한다. 서양 오케스트라 상당수가 오페라·발레극장 소속인 반면, 국내 오케스트라들은 독립 음악 단체로 존재하는 탓에 한국 지휘자들은 교향곡만 지휘하는 '반쪽' 지휘자로 경력을 쌓아나간다. 이 때문에 국내 오페라·발레 공연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는 관련 경험이 풍부한 해외 지휘자를 섭외해 맡기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말 7년간의 원주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임기를 마친 지휘자 김광현이 국내에선 보기 드문 소위 '다 되는 지휘자'로 각광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와 '지젤' 지휘를 맡은 것은 물론 국내외 발레 스타들이 한 무대에 선 공연인 '발레스타즈', 국립오페라단의 '라보엠', 콘서트 오페라인 '가면무도회'와 다수의 오페라 갈라콘서트 지휘를 맡았다.

원주시향을 이끌며 멋진 교향곡 연주를 선사한 것은 물론이다. 학창 시절로 비유하면 국·영·수는 물론 음악, 미술, 체육까지 다 잘하는 학생인 셈이다.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만능 지휘자 김광현은 유년 시절부터 오페라에 끌렸다고 말했다. "합창 전문 지휘자였던 아버지와 성악가인 어머니 덕분에 어린 시절 집에 오페라 실황 공연 비디오가 무척 많았어요. 피아노 실기 시험을 앞둔 예원학교 입시 전날에도 피아노 음악은 제쳐두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의 '투란도트' 공연 비디오를 볼 정도로 오페라를 좋아했죠. 아버지께선 주빈 메타가 지휘한 '스리 테너' 공연 영상을 자주 틀어놓으셨는데 그걸 보며 주빈 메타처럼 교향곡과 오페라 지휘에 모두 탁월한 지휘자가 되길 꿈꿨어요."

교향곡 지휘와 오페라·발레 지휘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교향곡은 오케스트라만의 무대잖아요. 리허설만 잘되면 본 무대에선 지휘자가 큰 역할을 안 해도 음악을 잘 만들어낼 수 있어요. 하지만 오페라와 발레는 가수·무용수와 오케스트라의 협업 무대예요. 지휘자가 무대 상황을 살피며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나가야 해요. 오페라의 경우 성악가의 노래와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하나로 녹여내는 게 중요해요. 그러려면 성악 호흡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하죠. 음량 조절도 잘해야 하고요. 반면 발레는 일단 제가 원하는 만큼 소리를 낼 수 있어요. 무용수가 노래를 부르지는 않으니까요(웃음). 그런 점에선 오페라보다 편해요. 대신 무용수 움직임과 음악 템포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상황마다 유연하게 대처해야 해요. 그래서 발레 공연에선 내내 무용수 발만 보고 있어요. 무용수 동작에 음악이 착 감길 때 굉장한 희열이 느껴져요."

그는 오페라·발레 지휘에 능숙한 지휘자가 많이 배출될 수 있는 방법으로 극장 오케스트라 시스템 도입을 꼽았다. "유럽 극장들은 산하에 오페라단·발레단·오케스트라를 두고 자체적인 기획 공연을 펼치죠. 하지만 우리는 예술단체가 극장 전속인 경우가 거의 없어요. 극장 따로, 오케스트라, 발레단, 오페라단 따로죠. 오케스트라가 제대로 발전하려면 편식을 해선 안 돼요."

그는 훌륭한 지휘자 덕목으로 소통 능력을 꼽았다. "관객들은 연주할 때 지휘자 몸짓을 보지만, 실제로는 리허설할 때 단원들과 소통이 제일 중요해요. 지휘자가 왜 이 소리를 원하는지 단원들을 음악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해요. 리허설은 지휘자의 음악성, 리더십, 소통 능력이 다 드러나는 시간이에요."

[오수현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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