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희망은 얼마나 위험한가

한겨레 2022. 1. 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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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는 히틀러의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존한 빅터 프랭클 박사의 체험담이다.

이 책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대한 설명이라기보다는 수용소라는 환경이 죄수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해답에 가깝다.

 그러나 도스토옙스키와 프랭클 박사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단 한 순간도 혼자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프랭클 박사는 운이 좋게도 혼자 있을 수 있는 5분간의 시간을 갖게 됐는데 그 장소가 다름 아닌 시체 안치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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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ㅣ우리 아이 고전 읽기

박균호 교사 | <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히틀러의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존한 빅터 프랭클 박사의 체험담이다. 이 책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대한 설명이라기보다는 수용소라는 환경이 죄수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해답에 가깝다.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계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 박사가 수용된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대략 170년 전에 도스토옙스키가 수용됐던 시베리아 형무소와 여러모로 닮았다. 열 걸음도 되지 않는 좁은 장소에 죄수 수십명이 감금됐고 가혹한 강제노동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찍이 도스토옙스키가 단언했듯이 사람이 적응하지 못하는 환경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스토옙스키는 노동해보지 않은 귀족이었지만 강제노역으로 자신의 체력을 단련했고 물을 입안에 머금었다가 조금씩 뿜어내는 방법으로 한 모금의 물로도 세수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도스토옙스키와 프랭클 박사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단 한 순간도 혼자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공동체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누구나 간절하게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실제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프랭클 박사는 운이 좋게도 혼자 있을 수 있는 5분간의 시간을 갖게 됐는데 그 장소가 다름 아닌 시체 안치소였다. 시체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푸른 산과 싱그러운 풀을 보았다. 부패해가는 시체 옆에 있다는 공포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자유가 더 절실했고 행복했다.

 5분 동안이나마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며 행복한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죽음의 공포와 가혹한 학대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학원과 학교에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들도 혼자 있는 잠깐의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렇다고 문을 잠그고 혼자 방 안에 있다거나 멀리 바닷가라도 가서 시간을 보내라는 뜻은 아니다. 잠깐이라도 좋아하는 작가의 만화를 보면서 만화 속의 주인공으로 감정이입 할 수도 있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처럼 자유로운 자신을 상상할 수도 있다.

 멍하니 앉아서 꽃을 바라볼 수도 있고 만화를 그릴 수도 있다. 5분간의 고독과 상상은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자신만의 보금자리다. 자신만의 보금자리는 밖에서 겪은 힘든 일과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 누구나 혼자서 지낼 수 있는 작은 방이 필요하다. 그 방이 자신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방이라도 상관없다.

 수용소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크리스마스부터 새해에 이르는 일주일이었다고 한다. 성탄절에는 집에 돌아갈 수도 있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던 죄수들이 희망이 사라지자 삶에 대한 의욕을 잃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미래에 대해서 막연하게 희망을 품고 생활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지만 꿈에 비례한 노력과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막연한 희망은 결국 사람을 절망하게 만든다. 자신이 왜 학교생활을 하고, 왜 공부를 하며, 왜 이 길을 걷고자 하는지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유’와 ‘동기’를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끝내 성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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