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축브리핑] 밥 먹듯 경기 취소되는 시대, 경기장 밖 신경전도 뜨겁다

안영준 기자 2022. 1. 1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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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코로나 걸렸던 거 맞아?"
"왜 우리는 안 되고, 쟤네는 됩니까?"
코로나19로 멍들고 있는 EPL ⓒ AFP=뉴스1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가, 수시로 취소되고 연기된다.

당초 EPL을 비롯한 축구에서 일정 연기는 폭설이나 태풍 등의 자연 재해가 일어났을 때를 제외하면 흔치 않은 일이었다. 시즌 개막과 함께 일 년의 일정이 발표되면 그 순리대로 따르는 게 보통이다. 어지간한 악천후는, 그냥 진행하는 게 축구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매 주말 이번엔 어떤 경기가 연기될지 관계자들은 노심초사한다. 17일(이하 한국시간) 기준, 이번 시즌에만 20경기가 연기됐다. 그중 한 번은 폭설 때문이었고, 19번은 코로나19가 이유였다.

단순히 어수선한 분위기를 넘어 잦은 연기에 따른 유불리가 팀마다 달리 적용되면서 뜨거운 장외 신경전까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경찰까지 개입됐다. '코로나 시대'가 마주한 또 다른 아픔이다.

리버풀 선수단 ⓒ AFP=뉴스1

◇ "진짜 코로나19 걸렸던 거 맞아?"

지난 7일 EPL 일부 구단들은 잉글랜드 풋볼리그(EFL) 측에 리버풀 선수단 내 확진 판정자가 실제로 몇 명인지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EFL은 "리버풀로부터 받은 자료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경찰과 협조할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떤 사연이기에 경찰까지 개입된 것일까.

리버풀은 지난 7일 아스널과의 2021-22 카라바오컵(잉글랜드 리그컵) 4강 1차전을 치를 예정이었는데, 경기를 앞두고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 연기 요청을 했다. EFL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뒤늦게 확인된 결과에 따르면 실제 리버풀 선수단 내 확진자는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트 한 명 뿐이었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처음엔 (보고한대로) 확진자가 많았으나, 아놀트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위양성 반응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다른 팀들은 불편한 시선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

이전까지 빡빡한 일정에 쫓기던 리버풀은 EFL컵을 연기한 덕분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다른 팀 상황 때문에 불가피하게 경기를 연기, 추후 선수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팀들로선 충분히 억울할 수 있다.

리버풀은 리버풀대로 할 말이 있다. 위양성이 나왔다고 해명을 했음에도 조사까지 요구하는 다른 팀들이 야속할 수밖에 없다. 진실은 리버풀만이 알겠지만, 중요한 건 리버풀과 몇몇 팀들의 관계가 심하게 껄끄러워졌다는 사실이다.

토트넘과 아스널의 경기 ⓒ AFP=뉴스1

◇ "왜 우리는 안 되고, 쟤네는 됩니까?"

경기 연기와 관련해 불꽃이 튀긴 사례는 또 있다. 아스널이 선수 부족으로 EPL에 경기 연기를 요청하자 EPL이 이를 받아들여 17일 아스널과 토트넘의 EPL 22라운드를 연기했다.

이에 토트넘은 공식 성명을 통해 분노했다. 토트넘은 "아스널의 연기 요청이 수락된 점이 매우 놀랍다"면서 "이 규정은 코로나19로 선수가 부족했을 때를 위해 활용해야 한다. 아스널은 그저 아프리카네이션스컵과 부상으로 주요 선수가 빠졌을 뿐, 코로나19 확진자는 1명 뿐"이라고 주장했다.

토트넘은 제어가 불가능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닌 부상과 네이션스컵 차출까지 경기 연기의 근거가 됐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대회 주체는 다르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UECL)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르지도 못하고 탈락했던 토트넘에겐 더욱 억울한 상황이다. "왜 너는 되고 나는 안 되니?"라는 유치한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영국 매체 '더 선' 역시 "코로나19 이후 너무 쉽게 경기가 연기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북런던 라이벌'로 이미 사이가 좋지 않은 아스널과 토트넘 이번 사건으로 서로가 더욱 원망스럽게 됐다.

마스크를 쓰고 경기장에 입장하는 관중 ⓒ AFP=뉴스1

◇ 일관성 잡기 어려운 대혼란…다행히 확진자 수는 감소세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와 그에 따른 경기 연기는 사실 양 팀과 팬들 모두에게 재앙이다.

EPL과 EFL 등이 양 팀의 상황을 고려해 모두에게 피해가 없는 경기 일정 마련을 강구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는 않다.

무조건 강행하는 것도 옳은 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안전과 건강이라는 가장 큰 목표를 소홀히 할 수 없는 한 앞으로도 누군가에겐 이득이 되고 누군가는 피해를 보는 불공평한 일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다행인 점은 그나마 최근 EPL 내 확진자가 확실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EPL은 지난해 12월부터 매 주마다 EPL 선수단과 스태프 전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고, 훈련장 폐쇄 등 강력한 제제로 확진자 감소를 위해 애썼다.

덕분에 한때 일주일에 100명이 넘었던 EPL에 관계된 확진자는 최근 72명까지 줄어들었다. 영국 매체 BBC는 오는 2월에는 확진자가 10명 안팎까지 줄어들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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