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불심대전..민주당은 불교계 달래기 '진땀', 윤·안은 '빈틈 공략'
[경향신문]
불교계 표심을 향한 여야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청래 의원의 ‘봉이 김선달 발언’에서 촉발된 성난 불심(佛心)을 가라앉히는 데 진땀을 빼고 있다. 이재명 대선 후보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수차례 불교계를 예방하고 있으나 반발이 잦아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야권 후보들은 이 틈을 노려 불교계 행사에 나란히 참석해 ‘통합의 정치’를 약속했다.
민주당은 최근 정청래 의원의 불교 폄하 발언을 진화하는 데 여념이 없다. 윤호중 원내대표와 김영진 사무총장 등 민주당 의원 35명은 17일 이재명 후보 후원회장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함께 서울 조계사를 방문해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불교 신자인 유정주 의원이 대표로 사과문을 읽으며 “문화재 관람료 논란은 박정희 정권 당시 조계종의 막대한 사찰부지를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에 편입했고, 국가 재산인 것처럼 활용한 뒤 조계종에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아 비롯된 문제”라며 “동료 국회의원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사과했다. 이들은 반성의 의미로 108배도 했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전통사찰이 걷는 문화재 입장료를 ‘통행세’라 지칭하며 이를 ‘봉이 김선달’이라고 표현해 불교계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정 의원도 이날 조계사 방문에 동행해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교계 달래기에 대선 후보를 비롯한 여당 주요 인사들이 총동원된 모양새다. 이재명 후보는 전날 강원도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을 수행하던 도중 시간을 할애해 비공개로 양양의 낙산사를 찾아 부주지인 법인스님을 만났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15일 경남 합천 해인사를 1박 2일간 방문했다. 민주당은 불교계 지원을 위해 지난달 당내에 전통문화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위 위원장인 김영배 의원은 이날 조계종에 “국립공원 문화재보호 제도, 종교차별 금지와 관련된 제도 및 정부 조직과 관련한 여러 입법사항을 발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불교계에서는 가톨릭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에서 축복 미사를 올리고 교황청을 두 차례 방문하는 등 가톨릭 편향 행보를 보여 왔다는 불만을 가져 왔다. 이처럼 쌓여 온 불만이 정 의원 발언을 촉매 삼아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양상이다. 종교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민주당은 불교계가 반이재명으로 뭉치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어 한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해 불교계가 총력 결집해 민심이 악화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불교계의 반발이 수그러들지는 미지수다. 조계종은 오는 2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승려 5000여명이 참여하는 ‘종교편향 규탄 승려대회’를 연다.
여당과 불교계의 갈라진 틈새를 야당 후보들은 파고들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이날 나란히 서울 중구 호텔신라에서 열린 ‘불교리더스포럼’ 5기 출범식에 참석했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불교의)가르침을 잘 새겨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국민통합의 정치를 펼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정부 여당은 (불교계)관련 예산 삭감으로 답하고 여당 의원의 망언까지 있었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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