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내면의 시궁창에 들어가봐야 사람이 보인다

한겨레 2022. 1. 1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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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홍성남신부의 속풀이처방전]

사진 픽사베이

◇상담가들은 구분이 있다. 보통 상담가들은상대방 이야기 들어주고공감해준다.이건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면누구나다한다.

인생 경험많은 동네 노인분들이잘 하신다.

전문상담가들은상대방의 문제를봐야 한다.그런데그러기 위해서는자기문제를먼저 보아야 한다.문제는이 작업이 녹녹치 않다는 것이다.우선사람들은보통자기문제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하고 싶어한다.그리고자기문제는 인정하려하지 않는다.

둘째자기문제인식은시궁창같은 자기마음안으로들어가는 작업이기에쉽지 않다.사람들은본능적으로자신이 초연한척거룩한척 하고 싶어한다.남들과 다른척한다. 그런데상담가들은그런 본능적성향을 거슬러서역으로시궁창속으로들어가서먼 과거에서부터쌓여온것들을분석한다.

상담가들은많다.그러나자기해부하고자기문제 분석하는상담가들은그리 많지 않다.누가어둡고더러운시궁창속으로들어가려할까.

그러나들어간 자들은사람이어떤 존재인지,왜믿음이 필요한지등피상적차원의 신앙에서깊은 존재론적 신앙을체험하며,영적은폐 즉영적허언들을보는 눈을갖는다.자기 시궁창을보면서,다른 사람들의시궁창을보는 것이다.

초월과 거룩함?인간의 뇌구조상인간의 심리구조상그런건비현실적임을잘 알기에그저인간적으로살려고노력하는 것이

상담전문인들이다.

◇길을 가는데 뒤에서오던 사람들이하는 말이 들린다.“내가 60이 되어보니 말이지”라고. 세상 다 산듯이 말하는걸들으면서실소가 나왔다.라떼는 말이지 비슷해서 말이다.

가끔 만나는 신자들이환갑동이들이다.같이놀면서‘어린 것들이’하며 놀려 본다.나는나이들어도마음은여전히소년인것 같다.아니나이들어가면서소년의 감성을찾으려고노력중이다.시심을가져보려고애써본다.

몸은 늙어가도마음은세상의 아름다움에눈뜨고 싶어서사진을 찍고그림을 그려보고서툰 시를써본다.안그러면마음이늙어갈것 같다.

사진 픽사베이

◇상담공부 전에 내가 받아온 교육은이미 만들어진 틀에 나를맞추는 것이었다.아무도내게무엇이 하고 싶냐,무엇을 잘하느냐 묻지 않았다.외우고또 외워서 뇌는 해야할것만 가득채워졌다. 당연히강압적이고 병적인 생각들에쫓기는 삶이 되었다.

기쁨, 즐거움, 보람,이런 것들은 비현실적인 몽유병자들의 헛소리로치부되었다.군대에서구보집단 안에서정신없이 뛰듯이그렇게 살았다.거품 물고쓰러져야 되는줄 알았다.

그러다만난게상담이다.나에 대해묻는 질문이 생소했다.내가 그리도 중요한가?내가 중요하단 인식을 하는데,꼬박일년이 걸렸다.그리고나란 존재가 너무나궁금해서 나를 이해하고 알고 싶어서심리학공부를 시작했고사막에서 물을 만난것처럼책을 보았다.

그리고비로소눈을 뜬 느낌이 들었다.눈을 떠과거를 보니,나의 삶의 궤적이 보였다.길을찾으려고안간힘을 쓰고,길을 잘 못들어헤매고또 헤매던시간들이었다.길을 알려주던 이들도헤매던 자들이었다.

나를이해하면서주님과의 거리감도 줄어들었다.심리공부하면서기도시간이 더 늘었다.인간의 유한성이 보였다.영장류보다포유류에 가까움을 본후에나의생각의 한계성을 인정하고 나니,기도하게 되었다.하느님은자기마음을 통해알수 있다던,어떤 심리학자의 고백이맞다는 생각이 든다.

이십년전쯤 본당에서그룹상담을 했다.강론때는 마음에 대한 기본원리를 말하고,개인적인 문제들은그룹상담으로 했다.가난한 동네의 문제 역시 관계의 문제였다.신학으로는 피상적 답밖에 주지 못하는지라영성심리 개념을 가르쳤다.매주 한번, 세시간이었다.매주 오십명정도 모였다.삶에 찌들리고스스로 학대하는것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자기이해,자기돌봄,자기를 챙기는 기본원리를 가르쳤다.그룹상담 하면서나도깨달아가는 것이 있었다.갈급한 마음으로 나의 말에집중하고 메모하는 사람들을보면서,사제가 아버지이고,이들은 고아들이구나.마음안에 부모의 자리가 비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제들은이들의 빈자리를 채위주는 사람들이란확신이 들었다.또한사제들은이들의손을 잡아절망과 우울의 늪에서 건져주는 일을 해야 함을, 그리고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가르쳐주는 사람이어야 함을그룹상담하면서사제들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신자들은사회문제 이전에개인의 문제가 급하고 절실하다.그리고그답을 찾아주어야 사제의 자리가 힘을 가짐을 알았다.또한

개개인의 문제에 들어가려면마음공부를 더 깊이 해야함을절실히 깨달았다.대학원과정은 입문과정이었고,실제현장의 이야기들은

처절했고,그래서답을 구하기 위해더 공부를 해야했다.

그렇게세시간을 듣고 답해주고 나면,말그대로파김치가 되었다.그래도사람들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보람을 느끼고,사제란 어떤 존재인가 하는회의적 자문자답도 없어지고,소명의식이 생겼다.

주위에서의 비난 비양냥거림도신경쓰이지 않았다.사람들의 변화를 보면서,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오랫동안신자들의 삶에 겉만 맴도는 피상적인 사목을 하면서생겼던공허감이 사라진것도내가 얻은 큰소득이다.

정신과의들은 질병치료하는 사람들이다.상담가들은 일주 한 시간만이전부이다.그에 반해사제들은신자들의 삶 전체에 관여한다.마음의 아버지인것이다.엄청나지만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본당에서아버지처럼등대처럼고목처럼사는 신부들의이야기를 들으면마음이 흐믓하다.그 숫자는상관없다.망가진 등대

꺾여진 고목들이있어도 상관없다.커다란 등대가빛을 주고,거대한 고목이쉼터를 제공하기에.

얄팍한 이론으로 돈벌이하지 않고,거짓영성으로신자들을 현혹함도 없이꾸준히뿌리내리고울창한 삶을만들어가는사제들이 있어서살만하다.

가톨릭의 교세가 무너져간다고걱정하는 이들이 있다.글쎄다.만약사람들이다 강건하다면종교자체가 필요없을것이다.그러나기계문명은 발달해가는데,심리적인 문제는 감소는 커녕증가중이다.정신과 찾는 이들의 증가가그것을 입증한다.

문제는약만으로마음의 병을 치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사람들의마음의 공허함은사람으로만 채워진다.그런 의미에서우리들은왜사람들이성당에 안올까 걱정하는게 우선이 아니라내가진정한 아버지인가생각해야 한다.

자기에게 관심가져주고기도 해주고길을 가르쳐 준다면자신을물적대상이 아니라조건없는 사랑을 주는 사람으로생각해 준다면외로움에 찌든 이들이다시위안을 얻기 위해돌아올 것이다.

그리고그마음의 아버지의 자리를채울수있는 사람들은사제들이라확신한다.왜냐고.사제들은비교적돈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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