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틀에 갇히지 않은 '10대 댄서'들의 화려한 탄생[플랫]
[경향신문]
“보다 조금 언니라는 이유로 여러분의 성장과정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지난 4일 방영된 엠넷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 마지막 회에서 심사위원 리정이 ‘턴즈’의 무대를 보고 남긴 말이다. 그동안 가수 뒤에 가려졌던 여성 댄서들을 전면에 내세워 스트릿 댄스 열풍을 일으켰던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에 이어 여자 고등학생 댄서들의 도전을 보여 준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스걸파)가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2.3%·닐슨코리아)하며 막을 내렸다.

<스걸파>에는 42개 여고생 크루가 출연해 ‘크루 선발전’, ‘원 팀 퍼포먼스’, ‘케이팝 안무 창작’ 등 미션을 거치며 서바이벌을 펼쳤다. <스우파>에 참여했던 8개 크루가 ‘마스터’로 참여해 여고생 크루를 두 팀씩 멘토링을 하는 동시에 심사위원도 맡았다. 치열한 경쟁 끝에 턴즈, 뉴니온, 미스몰리, 브랜뉴차일드, 클루씨, 플로어(최종 순위 순) 등 6개 팀이 결승전에 진출했다. ‘리틀 YGX(마스터 크루)’가 아니라 ‘턴즈 그 자체’라는 것을 보여준 실력파 크루 턴즈가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틀에 박히지 않은 당찬 10대의 모습이 반갑다. 특유의 표정과 몸선, 스타일을 가진 여고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춤을 춘다. 아이돌 선발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정형화되지 않은, 날 것의 모습이다. 기획을 맡은 권영찬 CP는 “아이돌 오디션에서 보여줬던 10대들의 정형화된 모습에서 벗어난 여고생 댄서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가지 않을까 한다. 기대해 달라”던 제작발표회 때의 자신감을 증명해 냈다.

여고생 댄서들은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았다. 촬영장에는 ‘오히려 좋아’ ‘가보자고’ 등 유행어가 난무했다. 단 한 명의 무대로 팀 전체가 탈락하는 크루선발전에서 클루씨의 멤버들은 서로에게 이렇게 묻고 답했다. “후회 없이 했어, 안 했어?” “재밌었어.” “그럼 된 거야.” 각 미션에서는 한계 없는 상상력이 통통 튀었다. 평범한 소재도 기발하게 활용하고, 같은 곡도 다르게 풀어냈다. 미스몰리, 에이치, 뉴니온 등의 팀은 30분 만에 신발을 활용해 안무를 짜라는 미션도 훌륭하게 소화했다. 뛰어난 실력, 실력에 걸맞는 패기도 보여줬다. 이데아, 뉙스 등은 <스우파>에서도 대결 기피상대였던 ‘댄서들의 댄서’ 립제이와 배틀을 할 때 그의 눈도 피하지 않고 성큼성큼 다가가 춤을 선보인다. 패배는 증발하지 않고 성장으로 이어졌다. 마스터에게 연거푸 선택받지 못해 계속 4번이나 즉흥 대결을 거듭했던 뉴니온은 마지막 미션 때 가장 단단한 팀웍을 보여줬다.
김나연 PD는 13일 서면인터뷰에서 “퍼포먼스는 100% 여고생 크루들이 직접 창작했다. 마스터의 역할은 중간 점검 때 조언을 해주고 디테일을 잡아주는 것 정도였다. 마스터들 대부분 ‘우리가 손댈 게 없다’고 했다”며 “제작진은 아무래도 퍼포먼스를 카메라 안에 담아야 하니 앵글에 벗어나지 않게끔만 수정을 요청하는 정도였고, 퍼포먼스 창작자인 여고생들의 의도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스걸파>는 일부 회차는 과도하게 경쟁을 부추겨 비난받기도 했다. 두 크루가 같은 곡에 춤을 춰 한 크루가 탈락하는 ‘케이팝 안무 창작 미션’ 중 추가 미션이 문제가 됐다. 경쟁하는 팀끼리 서로 안무를 창작해주면 그대로 춰야하는 ‘안무 트레이드’ 구간을 만든 것이다. 클루씨는 대결 상대인 스퀴드에게 유난히 엉성하고 우스꽝스러운 안무를 건넸다. 방송 직후 클루씨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제작진은 선 공개 영상을 제작해 “건강한 경쟁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사과했다.
<스우파> 시리즈의 연이은 성공으로 엠넷은 오는 2월 <스트릿 맨 파이터> 방송을 예고했다. 엠넷이 앞으로 다양한 스트릿 댄스 프로그램을 만들더라도, 세상이 말하는 얌전하고 앳된 ‘여고생’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춤을 향한 열정과 승부욕을 보여준 여고생 크루들의 성장 서사는 빛이 바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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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민 기자 5km@khan.kr
플랫팀 twitter.com/flatflat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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