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일주일마다 바뀌네..여전히 혼란스러운 방역패스
정책 신뢰도 타격..소송 결과·유행 상황 따라 또 조정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정부가 17일 논란을 빚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 시설을 결국 일부 조정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방역패스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꺾기 위한 핵심 대책 중 하나로 내놓은 방안이었지만 '방역이냐, 기본권이냐' 논란에 업종별, 지역별 형평성 시비까지 그치지 않자 '국민 불편을 최소화'한다며 조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같은 업종이라도 세부 종류에 따라 방역패스 적용 여부가 또 달라지고, 각종 소송 결과와 유행 상황에 따라 적용 범위가 다시 조정될 가능성도 있어 이용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는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독서실·스터디카페 ▲도서관 ▲박물관·미술관·과학관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규모점포 ▲학원 ▲영화관·공연장 등 6종 시설의 방역패스를 18일부터 해제하기로 했다.
최근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감소한 상황을 반영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시설을 방역패스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법원의 엇갈린 판결에 대응해 방역패스 정책을 정리할 필요도 있었다.
지난 14일 '서울 지역의 청소년과 대형마트·백화점 대상 방역패스를 중지하라'는 판결과 '마트 등 대규모 상점에 대한 방역패스를 긴급히 정지할 필요는 없다'는 상반된 판결이 동시에 나와 혼선이 빚어진 상태였다.
이 판결로 이날부터 서울 지역은 백화점·대형마트의 방역패스가 해제됐지만, 다른 지역의 백화점·마트는 여전히 방역패스를 시행해 지역 간 형평성 문제도 불거졌다.
하지만 이번 방역패스 대상 조정으로 혼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같은 시설이라도 세부 종류에 따라 적용 대상이 또 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정부는 이날 조정안에서 학원은 방역패스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는데, 모든 학원의 방역패스가 해제된 것은 아니다. 관악기·연기·노래 학원 등 마스크 착용이 불가능하거나 침방울 생성이 많은 활동을 하는 곳은 계속 방역패스 적용을 받는다.
헷갈리는 점은 이미 법원 판결로 전체 학원에 대한 방역패스가 중단된 상태라는 것이다.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의 판단으로 학원과 독서실·스터디카페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은 중지돼 있다. 따라서 지금은 관악기 학원 등도 방역패스 적용 대상이 아니다.
12∼18세 청소년 방역패스는 오는 3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이 역시 법원 판결로 서울 지역에서는 집행이 정지돼 있다.
정부는 학원 등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에 즉시항고를 제기했으며, 서울지역 청소년 방역패스 집행정지에 대해서도 서울시와 협조해 즉시항고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즉시항고 과정에서 법원에 청소년 방역패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관악기·연기·노래 학원에는 방역패스를 적용하도록 하는 결정을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공연장도 이날 방역패스 해제 대상에 포함됐지만 모든 종류의 공연장 방역패스가 해제된 것이 아니다.
50명 이상이 모이는 비정규 공연장(공연법에 따라 등록된 공연장 이외의 공연장)에서 하는 공연은 함성·구호를 외칠 위험성이 있고 방역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방역 정책은 국민의 협조가 중요한 만큼 쉽고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잦은 변경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정책 신뢰성도 떨어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패스는 지난해 11월 1일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과 함께 유흥시설 등 일부 고위험 시설에 제한적으로 처음 적용됐다.
그러나 유행 규모가 급격히 커지자 정부는 12월 6일부터 식당·카페, PC방, 영화관, 독서실, 미술관 등으로 방역패스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백화점·마트 방역패스는 지난 10일에야 전국적으로 도입됐는데 이번 조정으로 일주일여 만에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각에서는 백화점·마트 등은 애초 방역패스를 도입하는 것이 무리였다며, 이로 인해 사회 혼란만 부추겼다고 비판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마트는 마스크 쓰고 조용히 장만 보는 장소이고, 의식주의 '식'과 관계된 시설인데 정부가 뚜렷한 근거도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는 무리수를 뒀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방역패스가 유행 상황에 따라 강도를 조절하는 방역 수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민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이번 조정안을 내놓은 것도 있지만, 현재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방역패스를 처음 도입할 당시와 비교해 다소 주춤한 만큼 방역패스 적용 역시 단계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이번 방역패스 조정도 항구적 조치가 아니며, 상황이 악화하면 다시 방역패스를 재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방역 상황이나 학생들의 유행 규모 등 특성을 분석해서 방역패스의 재적용이나 다른 거리두기 조치들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대한 현장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개선·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방역패스 예외 범위와 처벌 등에 대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전문가와 소상공인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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