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전화 도수제와 '용건만 간단히' / 안영춘

안영춘 2022. 1. 1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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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도수제'는 발신 통화 횟수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제도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시외전화를 하려고 우체국에 찾아가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통화가 끝나면 창구 직원이 몇 도수가 나왔다고 일러주고 요금을 받았다.

1963년 1월1일에도 전국 자동전화의 요금제도를 정액제에서 도수제로 바꾼 적이 있다.

대놓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도수제를 도입하면 전화요금을 크게 올리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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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전화 도수제’는 발신 통화 횟수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제도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시외전화를 하려고 우체국에 찾아가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통화가 끝나면 창구 직원이 몇 도수가 나왔다고 일러주고 요금을 받았다. 지금도 도수제는 공중전화에 골격이 남아 있다. 한번 전화를 걸 때마다 먼저 기본요금을 투입하고, 정해진 시간이 되기 전에 끊어도 남은 시간 차액이 환불되지 않는다.

1896년 경복궁 내부에서 시작된 우리나라의 전화 역사를 보면, 공중전화 말고도 몇차례 도수제가 도입돼 운영되고는 했다. 1937년 7월1일 경성국에서 가입자 5000명 이상인 지역에 한해 전화 사용료를 기본료와 도수료로 구분해 징수한 것이 첫 기록이다. 미군정 때인 1948년 6월1일 시행된 군정법령 제2036호는 1급지에 대해 연간 요금 4000원에 도수료 5원을 따로 매기도록 했다.

1963년 1월1일에도 전국 자동전화의 요금제도를 정액제에서 도수제로 바꾼 적이 있다. 이를 알리는 <대한뉴스> 제396호를 보면, 도수제의 실시로 불필요한 전화 통화가 줄어들 거라 예상하고 있다. 도수제는 그 전에도 전화 설비 공급이 수요를 못 쫓아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대놓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도수제를 도입하면 전화요금을 크게 올리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1963년에는 전화 사용이 웬만큼 자리를 잡은 탓인지 파장도 만만찮았다. 그해 1월5일치 <동아일보> 3면에는 ‘문명의 이기에 자물쇠까지’라는 제목의 머리기사가 실렸다. 부제목은 ‘사무 능률 저하 우려/ ‘다이얄’판을 아주 떼거나 봉인한 관청도/ ‘한 통화 3원’ 중압에 눌려’였다. 멀쩡한 전화기에 ‘고장’ 딱지를 붙이는가 하면, 일부 관공서에서는 업무 전화도 결재를 받게 했다고 한다.

‘용건만 간단히’는 유서 깊은 계몽 표어다. 1961년 한 공익광고에는 “옷 자랑을 무려 2분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라고 꼬집는 문구가 등장했다. ‘30초 전화 포상’을 받으려고 갖은 고생을 자청하는 군 훈련병 얘기를 다룬 단편영화 <용건만 간단히>가 나온 해는 2014년이었다. 어느덧 무제한 요금제가 대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45분 통화를 둘러싼 사태는 그런 면에서 2020년대적인 삽화가 아닐까.

안영춘 논설위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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