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시대, '고비용 저효율' K방역의 유효성 재평가해야" [전문가기고]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 2022. 1. 1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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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우세종이 되면서 한국도 이번 주말쯤이면 오미크론 감염자가 코로나19 확진자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오미크론 우세종에 대비한 방역 및 치료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다른 나라들처럼 확진자 폭증이 예상되는 만큼 방역 상황에 따라 진단·검사·치료 대상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미크론 대유행 시대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전문가 기고를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①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감염내과 분과전문의)-오미크론 시대, K방역의 유효 기간을 토론할 때

바이러스의 세계에도 역사 서술자가 있다면, 21세기 편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사를 중심으로 서술할 가능성이 크다. 사스 바이러스, 메르스 바이러스에 이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챕터엔, 서기 2021년 델타변이가 서서히 영토를 넓혀 전 대륙을 지배한 이야기에 이어, 엄청난 기동력을 자랑한 오미크론 제국의 시대를 서술하게 되지 않을까?

몽골기병 같은 속도의 오미크론 변이가 도달한 대다수 지역에서 한 달 내에 80~90% 이상을 점유하는 우세종으로 대체되며 놀라운 속도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14일 프랑스의 감염자는 7일 이동 평균값으로 하루 5만명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지만, 올해 1월14일에는 30만명에 가깝다. 같은 기간 미국의 경우 감염자가 하루 약 12만명에서 78만명 넘게 증가하였다. 심지어 여름철인 남미 대륙도 마찬가지다. 아르헨티나는 같은 기간 2800명에서 11만3000명으로 40배 이상 감염자가 증가했다. 통제적 방역 활동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이었던 국가뿐이 아니다. 확진자 발생 억제에 성공해온 호주는 같은 기간 1800명에서 10만7000명으로 감염자가 약 60배 증가했다. 지리적으로 먼 나라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이웃한 일본 역시 같은 기간 120명에서 1만2000명 수준으로 약 100배 폭증했다.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 대비 병독성이 약해졌고, 사람의 생명을 덜 위협한다. 미국의 코로나19 치명률 7일 이동 평균 값은 작년 12월14일 1.05%에서 올해 1월14일 0.31%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아르헨티나는 0.89%에서 0.15%로, 호주는 0.46%에서 0.11%로 큰 폭의 감소 경향을 보였다. 널리 공개되어 있지만 매우 중요한 일급 정보다.

팬데믹 대응은 상대가 있는 경기이다. 우리 팀의 실력, 우리 팀의 전술만이 경기 결과를 결정짓지 않는다. 팀 코로나와 맞붙는 모든 경기를 팀 인류가 주도할 것이라고 기대해선 곤란하다. 오미크론 변이와 겨루는 이번 시합은 상대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우리의 소망이나 의지 같은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최근 한 달간의 전 세계 발생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듯, 전해지는 많은 정보들은 팀 오미크론의 놀라운 실력을, 특히 엄청난 스피드와 개인 기술을 증명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우리 팀의 코칭스탭들은 상대를 정확히 분석하여 새로운 맞춤 전술을 마련하고, 선수들을 그에 맞춰 훈련시켜야만 한다.

지난 2년 동안 유행을 성공적으로 관리해 온 K방역의 유효성과 유효 기간을 재평가해야 한다. 다량의 진단검사, 적극적인 역학조사, 감염자의 전수 격리를 대표로 하는 K방역은 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자원의 투입을 아끼지 않는 매우 공세적인 전략이며, 직접적인 건강 손상 바깥의 부가적인 사회적 피해를 감내하는 정책이었다. K방역이 지키고자 했던 사회적 가치가 여전히 남아 있다 할지라도, ‘상대가 있는 경기’라 하지 않았던가? 겸손한 태도와 냉철한 이성으로 사유하고 토론해야 한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K방역이 감염 규모가 빠르게 확대될 때 어떻게 오작동할 것인지 시뮬레이션 해야 한다. 하루 5000명의 감염자를 대응하기에 적절한 인적 자원을 갖고 있는 사회가 하루 1만명을 대응할 때는 노동력을 두 배 투입하거나 노동 강도를 두 배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 5만명 혹은 10만명의 감염자가 발생한다면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원의 투입을 과연 열 배, 스무 배 늘릴 수 있는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프랑스에서, 미국에서, 아르헨티나에서, 호주에서, 일본에서 모두 일어나고 있는 일인데.

전파력이 매우 강해졌지만, 병독력은 상당히 약해진 팀 오미크론을 상대할 새로운 맞춤 전술을 마련하고 빨리 몸에 익혀야 한다. 대다수를 차지할 저위험군 및 경증 환자에 투입할 물적, 인적, 재정적 자원을 재배치하여 정말 시급하고 중요한 곳에 집중 투입해야 한다. 중환자 진료 기능의 확충, 응급 후송 체계의 정비, 노인요양시설의 사전 보호와 사후 구조 활동에 사회가 보유한 자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 사실 그런 일들만 수행하기에도 숨 돌릴 겨를 없이 벅찰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 사회가 품어야 할 핵심 질문은 고위험군에 대한 자원 투입을 어떻게 늘리느냐가 아니라, 저위험군에 대한 자원 투입을 어떻게 하면 순조롭게 줄이느냐에 있다. 재난 대응 자원은 유한하며, 원할 때 추가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갖고 있는 것을 재분배 하는 것일 테니까.

지난 2년간 우리가 경험한 세계와 전혀 다른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니 대단히 어려운 과제이다. 감염된 사람과 그 주변 사람에 대한 정부의 관리와 지원 강도를 낮추어 가는 일인데, 평범한 시민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거나 사회를 정쟁에 빠뜨리기가 얼마나 쉬울까? 해야 할 일이 산적한데, 불행히도 시간은 많지 않다. 남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오미크론 변이는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다시 태평양을 건너 호주와 일본, 그리고 한국으로 침입하고 있다. 상대는 이미 황해 바닷길을 통해 평택시까지 들어왔다. 우리에게 시간이 정말 얼마 없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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