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된 딸과 외손주 품어준 '엄니'.. 오래 곁에 있어주세요

기자 2022. 1. 1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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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국이지만 지난 한 해도 나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오랜만에 책상에 앉았다.

조금이라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주말이면 손녀까지 동반해 극장, 유원지, 맛집 등으로 나들이를 다니곤 했는데 그때마다 어머니는 고마워하셨다.

아직도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한 생각과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가득한 우리 엄니가 하루빨리 일상회복 속에 나들이도 다니고, 경로당도 가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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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 어머니 한숙희 여사

코로나19 시국이지만 지난 한 해도 나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오랜만에 책상에 앉았다. 가장 기뻤던 일, 가장 좋았던 일,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책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지만, 무엇보다 가족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올해 90세가 되는 친정어머니를 가장 먼저 가슴에 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산 세월이 유수처럼 느껴진다. 남편이 병고로 일찍 몸을 벗었기에 나는 아이 둘(당시 딸 7세, 아들 4세)과 함께 1997년 친정으로 밀고 들어갔다.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 당신들도 경황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딸과 외손주들을 기꺼이 받아주신 부모님께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항상 마음 한편에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다. 어머니 덕분에 아이들을 집에 맡기고 비교적 안정된 마음으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아이들의 끼니를 챙기고 보살피느라 허리가 굽으신 어머니를 보면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속마음을 밖으로 표현하며 살아오지 않았고, 누군가로부터 ‘고맙다’ ‘미안하다’와 같은 말을 자주 들어보지도 못했기에 어머니에게 진심을 전달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조금이라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주말이면 손녀까지 동반해 극장, 유원지, 맛집 등으로 나들이를 다니곤 했는데 그때마다 어머니는 고마워하셨다.

어머니는 경로당을 좋아했는데 코로나19로 출입이 막힌 뒤 최근엔 통 바깥 공기를 쐬지 못하고 계신다. 이제는 폭삭 노인이 돼 실내에서도 지팡이 없이는 잘 못 걸으실 정도다. 기분전환을 위해 간간이 모시고 나가던 나들이도 어려워져 어머니는 거실 의자에 앉아 베란다 창문 밖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다소 위안으로 삼고 계신다. 그래도 몇 달 전 스마트폰을 선물해드렸더니 꽤 좋아하신다. 사실 몇 년 전부터 큼직한 스마트폰으로 바꿔드린다고 했는데 어머니는 이 나이에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며 손사래를 치셨다. 그런데 정작 사드리니 연세에 비해 기능도 빨리 익히고, 가족·친지들의 사진을 보는 재미에 푹 빠지셨다. 신세계라도 발견한 듯 행복해하시는 어머니를 보니 진작 바꿔드릴 걸 하는 후회가 든다. 나이는 드셨지만, 마음은 여전히 ‘이팔청춘’이라는 걸 수년간 어머니를 지켜보며 느낀다. 물론 나도 그렇다.

어머니보다 더 정겨운 말 엄니. 옛날 어르신들은 모든 면에서 어렵게 지냈지만 그래도 우리 어머니는 장수하시는 덕분에 가족들과 함께 새로운 행복을 느끼고 계신 것 같아 다행이다. 지금 함께하는 이 시간이 힘들게 살아온 지난 삶에 대한 약간의 보상이라도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도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한 생각과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가득한 우리 엄니가 하루빨리 일상회복 속에 나들이도 다니고, 경로당도 가는 날이 오길 바란다. 엄니, 제 엄니여서 감사하고 앞으로 증손주까지 보시면서 제 곁에 오래오래 있어 주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딸 이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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